이대용 장군의 한국전쟁 참전기 중 국경선에 밤이오다 라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덕천방면에 있던 이성가 준장의 제8사단과 개천 방면에 있던 신상철 준장의 제7사단이 중공군에게 돌파당하여 무너지고 있었다. 제2군단장 유재흥 소장은 순청 북창에 있던 제7연대를 덕천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라고 명령했다.
제7연대 제1대대장 김용배 중령은 자신의 부르튼 발이 채 낫기도 전에 부대를 이끌고 전선에 나가게 되었다. 이대용의 제1중대는 대대의 제일 선두에 서서 차량행군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아침 10시 30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부대에 돌아와 긴급 출동 준비를 시켰다. 신병들은 모두 눈이 동그랗게 놀라서 배낭을 싸고 있었다. 병사들의 배낭을 점검하던 이대용은 신병들이 모두 전투용 야전삽을 보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전에서는 총과 삽이 필수적인 장비다. 호를 파지 않고 적과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에게 그저 목숨을 내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투경험이 없는 후방의 군인들이 전방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일어난 일인 듯 했다.
이대용은 대대장을 통해 상급부대에 이일을 보고했으나 하루이틀만에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행군을 시작했다. 트럭은 순천을 지나 은산을 거처 어느 조그만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앞에 가던 군용트럭들이 정차를 했다. 군단 교통초소였다. 헌병이라고 큼지막하게 쓴 뻔질거리는 화이버를 쓴 헌병 2명이 초소에서 나왔다. 아마도 길안내를 하려나 보다 하고 지도를 꺼내들고 길을 확인했다. 행군도로는 아주 정확해서 착오를 일으킬 여지가 없었다.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대용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신임 소대장이 뛰어 오더니 헌병들이 차량을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군단장 각하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어떤 차량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대용은 군단 작전명령이 변경되었나 ? 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소대장이 귓속말로 “저놈들이 소련제 권총을 뺏으려고 하는 수작입니다. 노획한 권총 세자루만 주면 통과시킨다고 합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대용은 어이가 없었다. 중사 계급장을 단 자에게 “네가 여기 헌병 초소장이냐? 왜 작전차량을 정지시켰냐?”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경례를 하는 둥 마는 둥 다리를 벌리고 안하무인격으로 대답했다.
“군단장 각하의 명령입니다”
“그럼 군단 작전명령이 변경되었다는 말이냐 ? 확실하게 말해라”하고 다구쳤다.
그랬더니 농이 섞인 듯한 표정으로 “장교님, 너무 그러지 마시고 떼떼 권총 많으실테니, 그거 서나 자루만 주시고 통과하시지요”라고 말했다.
이대용은 “아니, 그럼 군단장 각하가 여하단 차량도 통과시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은 허위란 말이냐?”라고 말했다.그랬더니 그 헌병중사는 대답을 하지 않고 신창방면에서 오는 군용트럭 한대를 세워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대용은 “너 작전차량을 통과시키지 않을 테냐? 우리는 떠난다. 그리고 이일을 군단사령부에 보고해서 너희들을 이적행위로 군법회의에 돌리도록 처리하겠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헌병 중사는 이대용을 바라보면서
“헌병 검문소의 책임자인 저의 승낙없이 이 곳을 통과하지못합니다”라고 일본군 특무헌병 같은 소리를 했다.
이대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칼빈 개머리 판으로 헌병 중사의 뺨을 후려 갈겼다. 그는 넘어질듯이 비틀거리더니 다시 다가와서 “아니 공무집행중인 헌병을 때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라고 반항했다.
“야,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작전차량을 정지시켜 놓고 도둑질하는 것도 공무집행이냐 ? 이 역적놈의 자식아! ”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개버리판으로 그를 두들겼다. 너무 화가나서 작전을 방해하고 양민을 괴롭히는 놈들을 사살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들었다.
그러자 대대장님이 오신다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용은 대대장 김용배 중령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대대장은 “덕천에서 아군이 무수한 피를 흘리면서 적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는 마당에 그들을 구출해야할 작전임무를 띠고 가는 차량을 정지시키고 소련제 권총을 달라고 ? 철없는 놈들, 너희들이 이따위 짓을 한다면 일선에서 우리가 암만 피를 흘려도 헛수고야. 너희들의 직속상관인 군단 헌병부장에게 오늘 사건 전말을 보고해라. 난 중공군을 막으로 나가야 하므로 군단 헌병부장을 만안 시간이 없다”라고 훈시를 했다.
다시 차에 올라타고 출발했다.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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