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소 바닥은 울퉁불퉁한 콘크리트로 지저분했다. 구석에 있는 변소에서는 냄세가 코를 찔렀다. 이대용은 거적대기 같은 돗자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깔고 캐시미어 이불을 위에 놓았다. 사방이 완전히 막혀 바깥을 내다볼 수없었다. 좁디좁은 감방은 대낮인데도 어두침침하기 그지없었다.
이대용이 수감된 감방에는 이미 한명의 젊은이가 먼저 와 있었다. 이름은 짠 반 쭝, 나이는 스물 셋, 사이공 대학교 법과대학 3학년 생이었다. 짠 반 뚱은 점심은 없고 오후 3시반경에 점심겸 저녁으로 식사를 주는데 오늘은 이미 식사시간이 지나서 저녁을 굶고 자야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짠 반 쭝은 영어를 곧잘 했다. 그는 이대용이 수감된 감방이 A동이라고 알려주었다. 치화 형무소의 A동, B동, D동은 사형수들이 사형집행을 기다리거나, 반국가 범죄를 저지른 중형사상범들이 심문을 받는 동안 수형되는 가장 나쁜 특수감방이라고 했다. 외부와의 연락은 물론이고 형무소 내에서도 담당간수나 숙직간수, 또는 담당 경비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완전히 차단된 지역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뜻밖에 그로부터 안희완 영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안희완 영사는 이상관, 김종옥과 함께 이 감방에서 짠 반 쭝과 같이 있었는데 지난 9월 21일 일요일 간수가 어디론지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서영사는 B동에 수감되어 있다는 말을 그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이대용은 이들이 아마도 북한의 공작원에게 붙들려가서 심문을 받거나 아니면 북한으로 끌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열살난 막내의 얼굴과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리에 누워있었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전등은 밤새 환하게 켜져 있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말았다.
아침 9시 반경 아침 식사가 나왔다. 한공기 반의 묵을 쌀밥과 늙은 호박 국 반공기가 식사였다. 이대용은 몇숟갈 뜨다가 말았다. 먹지 못한 식사는 짠 반 쭝에게 주어 먹도록 했다.
11시 쯤에는 낮잠을 자는 시에스터시간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렸다. 오후 한시에 시에스터가 끝나는 북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3시 반경에 저녁 식사가 나왔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오후 9시에 취침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렸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처럼,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는 가운데 1주일이 지나고 10월 10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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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이하 어린이는 유튜브 활동이 제한된다고 하네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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