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사이공 억류기) 4 외교관들을 탈출시키려고 했으나 그들이 거부하다.

이대용의 사이공 억류와 관련해서는 이미 녹취록에서 일부 다룬 적이 있다. 여기서는 녹취록에서 다루지않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나가겠다.

미국 헬기를 타고 철수하지 못하자 이대용이 프랑스와 일본 대사관을 전전하면서 철수하지 못한 외교관들과 한국교민들을 데리고 김영관 대사 관저에 와 있었다는 것은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여기서 이대용은 북베트남 군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피난민들이 주거지로 돌아가서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5월 1일 밤 12시부터 5월 5일 밤 12시까지 대로상에서 일체의 검문 검색을 하지 않는다는 월남 공산군 사령부의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이대용은 이기회를 통해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교민들 중에서 월남 선박회사와 관계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교민들이 자고 있던 대사관저 2층에 올라가보니 한쪽 구석에서 두사람이 잠도 자지 않고 무엇인가 소근거리고 있었다. 이대용이 그들에게 무엇을 하던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사람은 배를 몰 수 있는 조타수였고 한사람은 돈많은 월남 금은방 주인마담과 동거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첫인상을 보니 아주 요령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름을 들어보니 교민사회의 요주의 인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요령있는 사람들의 비상한 재주가 더 유용한 법이었다. 이대용은 이들을 구슬렀다. 만일 외교관들과 교민들을 탈출시키는데 공을 세우면 귀국후 훈장을 수여하고, 해외에 나가 건설사업이나 용역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토록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출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과연 그들은 이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5월 2일 오전 8시에 민간 트럭을 타고 사이공을 출발하여 붕따우에 도착해서 어선을 빌리거나 사서 붕따우 롱하이 해변가를 떠나 남지나해 공해상에서 미 제7함대또는 한국 해군 LST에 구조되는 것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바로 태국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미 트럭을 구해 놓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어려우니 이대용만 데리고 가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대용은 자신혼자 갈 것 같으면 이미 미사관에서 헬기를 타고 떠났을 것이라고 하면서 외교관 5명을 데리고 가라고 요구했다.

이대용은 제1차로 먼저 5명의 외교관을 보내고 제2차로 다시 남은 외교관 4명과 교민회장 이어서 제3, 4차로 제대장병 및 잔여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다. 우선 5명의 외교관 철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외교관 9명과 교민대표 1명을 포함한 10명이 비밀회의를 했다. 이대용, 이참사관, 김창근 서기관, 서영사, 안희완 영사, 김경준 영사, 신상범 서기관, 김교양 통신사, 교민대표 이렇게 10명이었다.

이대용은 탈출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외로 외교관들은 이대용의 탈출계획에 부정적이었다. 트럭을 준비한 2명의 민간인은 우범자로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외교관도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야기하며 이대용의 계획에 반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민회장이 이대용에게 “이 공사님, 정그러시다면 이 공사님 혼자 떠나십시요” 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급박해지면 사람들을 장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지휘관에게 전권을 주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정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대용은 탈출에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대용은 어두운 마음으로 회의를 끝내고 응접실을 나서려고 하는 찰나, 김창근 서기관이 자신은 탈출하겠다고 자원했다. 이대용은 마음을 잘먹었다고 칭찬을 했다. 이층에 올라가 두명의 민간인을 만나 김창근 서기관만 데리고 가라고 이야기 했다. 그들은 이대용과 같이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

김창근 서기관은 동료 외교관들에게 아무말도 하지않고 비밀리에 트럭을 타고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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