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떤 추접한 일도 - 지옥에서 온 투자자 폴 싱어와 엘리엇 6부



2017년 여름 부시가 아테나헬스의 수익 개선에 애쓰는 동안,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팔로워 한 명에게 눈이 갔다. 이 팔로워의 프로필은 매력적인 여성들의 가슴골과 기타 부위를 클로즈업해 놓은 사진이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었다.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이 계정은 가짜처럼 보였으며, 부시의 동생 빌리와 부시의 동거녀 페이 로텐버그를 잇달아 팔로잉하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로텐버그는 그 계정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남자 친구가 어디 있는지 압니까?” 거기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부시가 다른 여성과 함께 보스턴 코먼을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소름 끼치는 순간이었다고 로텐버그는 회상한다.

그녀는 그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시에게 사진을 보여주었고, 한때 연인 관계였던 여성이라고 인정했다. 남녀의 공원 산책 모습 말고는 별게 없는 사진이었다. 부시는 누가 사진을 보냈는지 전혀 몰랐고, 엘리엇이 배후에 있다는 증거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부시의 피해 망상을 건드렸다. (엘리엇 측에서는 그 사진의 입수나 전송을 부인했다.)

몇 달 후인 2017년 11월, 콘이 부시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부시는 회사 소유의 건물 하나와 제트기 두 대 중 한 대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와 프린스턴의 사무실 문을 닫고, 약 4백 명의 직원 중 9%를 정리 중이었다. 부시는 엘리엇이 제기한 모든 문제가 곧 사라질 것으로 확신했다.



최근 엘리엇은 24시간 만에 50억 달러를 끌어모아, 사모펀드 투자를 늘려 여러 기업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었다. 싱어와 동료들은 오로지 단기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는 비판에 민감했다. 지난해 싱어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보기 드문 자기방어적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여기서 자기 회사의 역할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 하도록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며, 이는 다시 모든 이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부시는 당시 저녁 식사에서 콘이 “내가 오판했다. 창업자가 그렇게 잘 행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초기에 자신이 좀 적대적으로 행동했던 것을 후회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콘의 기억으로는 부시 스스로 회사를 바로잡으려 했던 시도가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가 비공개로 전환되면 좀 더 손쉽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엘리엇은 아테나를 완전히 소유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콘은 부시가 CEO에서 물러나더라도 회사 내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부시는 그 제안은 충격이었다. 마치 같이 다른 주주들을 속여 엘리엇이 회사를 더 싸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모의 같았다. 그는 콘에게 그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망치로 두드려 보았다가, 이어 부드러운 장갑으로 어루만지는 꼴이다. 아마 다음은 네이팜탄을 쏘는 것일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부시는 콘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엘리엇이 약 70억 달러에 아테나를 공개 매수해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엘리엇이 경영진을 새로 교체해 회사를 경쟁업체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엘리엇은 공개 서신에서 “상장 기업으로서 아테나헬스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7개월 동안, 직장 내 비위로 기소된 수십 명의 고위 임직원이 사임 또는 해고된 것처럼, 미투 운동은 기업계에 변화를 몰고 왔다. 엘리엇의 인수 제안 이후 혼란스러운 며칠 동안, 아테나의 회사 문화에 대한 기사에 일부 전직 아테나 임직원이 인터뷰가 실렸다. 그 기자는 그들이 스스로 찾아왔다고 아테나의 홍보팀 직원에게 말했다.



<클라우스 클라인펠드>

부시에게도 기자들이 찾아와 질문을 던지자, 싱어의 먹잇감으로 찍혔던 다른 CEO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르코닉의 대표 클라우스 클라인펠드 아주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었다. 2016년 아르코닉에 투자한 엘리엇은 클라인펠드를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작전을 벌였다. 클라인펠드와 주변 사람들은 엘리엇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기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회사를 놓고 분쟁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클라인펠드는 버클리 리서치 그룹의 직원이라고 밝힌 두 사람이 뉴욕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에 있던 그의 집 주변 이웃들을 찾아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아르코닉의 투자자들을 대신해 일하고 있다면서, 이웃들에게 클라인펠드가 대규모 파티를 연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클라인펠드의 언론 자문 노르베르트 헤싱은 “엘리엇은 미국의 추악한 얼굴”이라고 비난했다. 해싱만 이런 비난을 한 것은 아니다. 최근 독일 대기업 티센크루프의 회장은 엘리엇의 행동을 “심리적 테러”라고 밝혔다. 결국 클라인펠드는 싱어를 비난하는 편지를 남긴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편지에는 아디다스 축구공 사진이 첨부되었는데,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싱어가 분수대에서 파티를 벌이면서 “싱잉 인 더 레인”을 망신스러운 모습을 공개할 의사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며칠 후 부시는 아테나 홍보팀에서 런던 데일리 메일 기자와 만났다는 긴급 전화를 받자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 기자가 부시의 2006년 이혼 서류를 손에 넣었다고 했다. 그 서류에는 전 부인 사라 셀던이 부시에게 언어폭력은 물론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혼 서류는 공개된 것이었지만, 보스턴 법원을 직접 방문해 서류 파일을 요청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부시의 이혼이 확정된 때는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보스턴 법원에 보관된 관련 서류는 누구나 얻을 수 있었다. 부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은 자신의 이혼 내용이 갑자기 영국 신문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부시는 5월 26일 자로 실린 그 기사에는 “부시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수많은 논쟁’을 인정했다. 그는 여러 번에 걸쳐 주먹으로 전 부인의 배를 때렸다. 태중에 아기가 자라고 있었는데도 말이다.”라는 끔찍한 내용이 들어있음을 알았다. 이 주장은 셀던이 다섯 자녀에 대한 임시 양육권을 청구하면서 제출한 진술서에 있는 내용이었다.

관계가 엉클어지면서, 부시 부부간에는 언쟁이 잦아졌고, 때로는 격렬했다. 이 점은 부시도 가장 최악이었고,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사과와 보상을 한 후에는 관계가 다시 좋아졌고, 아이들을 같이 기르면서, 한 가족으로 함께 휴일에는 보냈다고 한다. 셀던은 그 사건이 “우리 삶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일어난 일이며,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 또한 엘리엇이 이혼 서류를 찾아내 공개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조나단을 CEO에서 끌어내리고 싶었던 그들은 그의 직장에서 충분한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자, 이번 일을 들고 나온 것이다.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들을 파헤쳐 언론에 뿌린 것이다. 우리 가족은 그들의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 엘리엇은 주가 상승을 노리고,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우리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우리 가족은 그저 장기의 졸일 뿐이었다. (엘리엇 측에서는 데일리 메일에 이혼 서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어 더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5월 31일 자 뉴욕 포스트 기사에는 2009년 한 여성 아테나 직원이 부시가 직장에서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그 여성은 부시를 존경했는데 “아주 복잡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훌륭한 지도자였으며, 회사도 훌륭했는데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6월 3일 자 블룸버그의 한 기사에 따르면, 부시가 2017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영화 “텔라데가 나이트 : 리키 바비의 발라드” 주인공의 레이서 복장을 하고 나타났고, 여성 스탭에게 “위아래로 흔들어 보라”고 음탕한 말을 하고는 잠시 콘퍼런스를 멈추고서 “완전히 부적절한 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마이크 앞에서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부시에게 있어, 싱어가 아테나를 인수하려 하던 와중에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헤지 펀드, 특히 행동주의 헤지 펀드들은 항시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있다. 때로는 이들을 시켜 공개 정보를 조사해 오도록 하고, 이를 투자에 지렛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옥에서 온 투자자 폴 싱어와 엘리엇 7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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