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일본의 참의원 선거결과와 볼턴의 방문

일본참의원 선거와 볼턴의 방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 아니면 뭔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 서로 상관없이 보이는 것을 연관시켜 해석하려고 할 경우, 소설이 되기도 하고 통찰력있는 예측과 전망이 되기도 한다. 통상 통찰력의 영격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의 영역에서 배양된다. 한 국가가 통찰력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 교육을 소홀하게 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사실 일본 참의원 선거, 볼턴의 방한 그리고 일본의 무역제재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는 미국과 사전 조율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제재가 시작되자 마자 한일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주장한 것도, 미일간의 사전 협의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전혀 관계없이 보이는 이 문제를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틀에서 보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미국의 최우선 국가목표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여 더 이상 미국에게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한 것의 의미를 두고 설왕설래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인도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두고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보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협조체제를 더 넓혀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전략의 중점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적인 동맹국가로 생각하는 것은 일본이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일본의 재무장을 가장 찬성하는 국가가 미국인 이유다. 미국은 일본을 재무장시켜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제2차세계대전 패전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무서운 사람들이다. 패전후 70년간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일본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려 놓았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재무장이 매우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중재를 거부하는 일본과 한국이 동시에 요청하면 개입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한국의 중재요구를 거부한 것도 일본의 재무장을 실현시켜야 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일본의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는 방어선을 구축하되, 한국을 일본의 하부 안보구조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트럼프와 아베간 이런 구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고난은 생각보다 오래될 것이고 힘들것이다. 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붕괴이다. 당연히 한국을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갈것이다. 그리고 한국을 제2의 IMF같은 상황으로 몰아넣고, 구호자금을 대주는 댓가로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에 동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이제 일본의 주도권 혹은 영향력하에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은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 가려고 할까 ? 볼튼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도록 요구할 것이고 그런 바탕하에 일본과 한국의 타협을 중재하려 할 것이다. 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나 위안부합의 파기 문제는 아베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기 위한 핑게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 목적이란 것은 바로 참의원 선거의 승리를 통해 재무장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규제는 그런 목적을 위해 일본국민들을 규합시켜 나가는 것이었을 뿐이다.

다행스럽게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개헌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다음과 같은 두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한국을 더욱 압박하여, 일본의 재무장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 두번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일본의 재무장이 사실상 당장 실시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여, 한미일의 전통적 관계를 복원시켜 나가는 것.

미국과 일본이 어떤 입장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대한무역제재의 양상과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볼튼은 바로 그런 점을 일본과 협의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와서는 어떤 방책을 적용할 수 있을 것 인가를 살펴볼 것이다. 볼튼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일본의 하위안보구조로 편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의사표현이 한일정보보호협정의 파기이다. 아마 볼튼은 한국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으려 할 것이다. 절대로 확답을 주면 안된다. 만일 지소미아 파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한국의 광범위한 접근을 양보받아야 한다.

아마, 미국과 일본은 이번 참의원 선거를 통한 헌법개정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했을지 모른다. 일본내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보통국가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일본이 싫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이 전후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온 것을 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일본이 그럴 수 있는 것은 메이지 이후 스스로 근대국가를 수립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그러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근대국가를 만든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과 조선 그리고 중앙이 보여주는 행태는 바로 근대국민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스스로보수라고 표방하지만 보수적 철학의 부재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우리에게 보수는 없다. 그게 우리나라의 문제다. 통상 근대국민국가의 보수적 가치는 박정희가 주장한 것과 같이 ‘자주국방’, ‘외세배격’, ‘민족문화’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소위 보수정당은 자주국방불가, 외세의존과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한일간 문제는 바로 우리에게 제대로된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는 바로 그런 틈을 노린다.


‘sct’ 운영에 대한 아쉬움(부제 : 자신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는거지 불만과 불평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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