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법주사들어가는 길, 뒤바뀐 문

속리산은 어디서 가더라도 가깝지 않은 곳이다. 서울에서도 그렇고 지방에서도 그렇다.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아마 속리산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산이니까 자주 갈 수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닐까 ? 조금 일찍 서둘렀지만 법주사 초입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니 벌써 오후가 지나버렸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법주사 들어가는 길이 매우 넓어서 마치 공원같다. 그늘이 있는 쪽으로 갔더니 조각상이 있었다. 이 넓은 공간이 서운해서 뭔가 장식이라고 하려 한 듯하다. 조각상이 전시된 곳에는 여체가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예술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벌거벗은 여성 상을 절에 가는 길에 세워 놓으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하기도 했지만, 실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속리산 자락의 짙은 그늘에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일주문이 나왔다. 일주문위에 ‘서호제일가람’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 다른 절의 일주문과 좀 다르게 하고 싶었나 보다. 통상적으로 하자면 ‘속리산 법주사’라고 한다. 속리산 법주사라고 하기에는 뭔가 양이 차지 않았나 보다. 일주문을 지나면 좌우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 긴 길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을 즐기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짙은 그늘 밑으로 개천이 흘러간다. 초록색의 영롱함이 개천을 지나는 물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 여기가 세상하고 떨어진 곳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나는 이 맛에 산사를 찾아 다닌다. 우리네 전통건축의 정원은 대부분 건물의 뒷편에 있다. 그래서 후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절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앞에 있다. 산을 찾아 가는 길이 모두 정원같다.

속리산 앞에 도착해서 보니 제일 먼저 금강문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의아했다. 사천왕문이 아니고 왜 금강문일까 하고 의아해 하면서 금강문에 들어갔다. 통상 금강문에는 금강역사와 동자 보살상이 있다. 그런데 법주사 금강문에는 동자가 아니라 성인의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었다. 성인의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금강문에서 보는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사천왕문은 금강문 다음에 있었다. 이런 사찰 배치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원래 사천왕문 다음에 금강문이 서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법주사는 금강문 다음에 사천왕문이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금강역사들은 부처님을 훨씬 가까운 곳에서 호위하기 때문에 사천왕문 안쪽에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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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궁금했지만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냥 사천왕문으로 갔다. 사천왕문도 다른 절과 달랐다. 사천왕상앞에는 소원을 비는 나무조각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원래 사천왕상에게는 소원을 비는 것보다 극락갈때 잘 통과시켜달라고 아부하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도 간혹 천원짜리나 동전을 뇌물로 바치곤 한다. 혹시 기억했다가 지옥으로 보내지 말고 극락으로 밀어 넣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법주사에는 사천왕상 앞에 각종 소원을 비는 동그란 나무조각들이 가득하다. 법주사 사천왕상은 영험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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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법주사를 찾으면 문의 순서가 뒤바뀐 이유를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천왕문을 지났다. 소원을 빌어야 하나 뇌물을 바쳐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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