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대웅전과 팔상전, 그리고 원통보전과 약사전의 의미

한국의 3대불전 중 하나가 법주사 대웅전이라고 한다.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대웅전이 3대불전이다. 모두 2층으로 된 전각들이다. 아마 규모를 중심으로 정한 듯 하다. 법주사 대웅전은 직접 가서 보면 큰 전각이란 생각이외의 다른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런데 대웅전은 건물 하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석등과 탑도 모두 하나로 합쳐서 보아야 한다.

법주사 대웅전은 그 건물 자체보다도 주변에 있는 것들이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대웅전을 올라가는 계단의 좌우에 원숭이 상이 있다. 불교에서 원숭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장법사가 인도에 불경을 구하러 갈 때의 이야기를 적은 서유기 주인공이 손오공이다. 아마도 법주사 대웅전 앞에 있는 원숭이도 신출기몰하는 재주를 가진 불교의 수호신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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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에 있는 석등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조형미가 완벽하다. 석등 위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다. 내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석등과 대웅전까지의 거리렸다. 대웅전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석등의 위치가 대웅전에서 조금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라시대의 석조물을 볼때 마다 항상 즐겁다. 그 완벽한 조형미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의 다소 균형이 맞지 않는 조형물을 볼 때면 뭔지 모를 안스러움을 느낀다. 잃어버린 북쪽 만주의 기억 때문일까 ? 고려시대의 석등들은 위에부분들이 크고 아래부분들이 그것을 받치기 버거운 듯한 느낌이 든다. 그에 비해 신라시대의 석조물들은 완벽한 비율의 균형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을 보는 마음도 편안하다. 절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쌍사자 상도 그러했다. 쌍사자상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라고 한다. 법주사에는 완벽한 형태로 보존이 되어 있다. 통돌로 만들었지만 완벽한 균형미를 지니고 있다. 신라의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보면 그 균형미가 돗보인다. 신라인들의 균형감각은 예술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그대로 발현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가장 작고 외진곳에 있었던 신라가 결국 삼국통일을 할 수 있었던 원인도 그 균형감각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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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과 석등까지의 거리가 먼 이유를 처음에는 대웅전의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석등 멀리 앞에 있는 팔상전이 눈데 들어왔다. 팔상전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이라고 한다. 팔상전을 처음 볼때 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입견은 무섭다. 이제까지 난 탑이란 돌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나가면 벽돌로 쌓은 전탑정도였다. 그런에 가장 오래된 목탑이라는 팔상전을 보면서 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그냥 이름이 탑이아니라 전각을 뜻하는 전이라서 그럴까 ? 팔상전을 탑이라고 생각한다면 대웅전과 석등 그리고 팔상전까지의 거리가 타당한 이유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팔상전이 마치 불국사 다보탑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대웅전의 위용과 팔상전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석등은 그 정도에 위치하는 것이 균형에 맞을 것이었다. 결국 법주사는 대웅전과 석등 그리고 팔상전이 절의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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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앞뒤로 길게 늘어선 구조를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원통보전과 약사전이었다. 원통보전과 약사전은 대웅전과 팔상전에 이르는 긴 구조를 횡적으로 분할해서 안정감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원통보전과 약사전에 가서 주춧돌을 살펴보았다.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원통보전과 약사전도 모두 임진왜란 당시에 불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주춧돌은 적어도 고려시대 이전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지금의 절 형태가 처음 이 절을 지었던 신라시대나 그 이후에 중창되었던 고려시대의 기본적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주사에 대웅전과 팔상전만 있고 원통보전과 약사전이 없다면 얼마나 불안한 모습일까? 대웅전과 팔상전은 그 크기 만큼 위엄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양쪽 날개가 있어야 안정감 있게 날 수 있다. 바로 원통보전과 약사전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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