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유럽통합의 의미

이제까지 브렉시트의 원인 혹은 이유를 이야기 했다. 주로 정치적 경제적 이유들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그런 이유들은 부분적이며 단편적이다.

사실 브렉시트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EU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EU에 대한 이해가 없이 브렉시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피상적일 뿐만 아니라 공허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란 기구의 기원은 오래되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계기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였을 것이다. 양차대전을 통해 유럽은 미증유의 피해를 겪게되었다. 유럽을 하나로 묶어가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졌다.

유럽통합에는 두가지 동기가 존재했다. 하나는 냉전에 대한 대응이고 두번째는 독일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소련과 독일을 모두 통제하거나 제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했고 유럽통합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었다. 이미 유럽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하나의 유럽이라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었다.

유럽을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은 두가지 뱡향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경제적인것이고 다른하나는 군사적인 것이다. 서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당연했다. 동유럽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했다. NATO는 공산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결국 오늘날의 유럽통합은 양차대전의 원인이었던 독일문제를 해결하고 냉전에서 승리하기위한 시도가 중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유럽통합의 원인을 고려해 볼 때 냉전이후 유럽통합은 약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나토의 상대였던 바르샤바조약기구도 사라졌고 독일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낮아졌다. 냉전종식이후 나토해체 논의가 잠시나마 진행된 것은 이유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토는 존속해있고 유럽통합은 더 한층가속화 되었다.

지금은 EU를 매우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유럽통합은 약화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유럽통합이 더욱 강화되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통합이 강화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첫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냉전 종식이후 동유럽을 시장경제체제에 순조롭게 편입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다. 이 문제는 많은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미국이 유럽에서의 헤게모니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점에서 폴 케네디에 주목한다. 폴 케네디는 Preparations for 21century라는 책에서 냉전이후 세계질서를 다시 유럽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가능성은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미국의 전략가들은 유럽을 장악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토를 존속시켰다. 마침 푸틴이 등장했고 신생 러시아가 유럽의 위협이라는 서사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유럽의 위협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서사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러시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푸틴은 미국을 위해 좋은 핑게거리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유럽통합 강화에 미국의 의도보다 더 큰 동기로 작용한 것은 유럽 그 자체였다. 유럽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했다. 로마시대이후 제2차세계대전까지 유럽은 항상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은 잊어버린 역사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었다. 냉전이후 강화된 유럽통합 노력은 유럽 스스로 추동한 측면이 없지 않다. 동유럽의 안정이란 핑게에 불과한 것이다.
유럽이 세운 전략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규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정치적 통합 노력이 이루어졌다.

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직전 파열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문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문제가 계속 연이었고 브렉시트를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브렉시트는 단순히 영국이 EU에 남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EU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럽이 다시금 역사의 주인이 되고자하는 노력이 무위로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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