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평화를 구하다
우리 모두 평화를 갈구한다. 전쟁은 인간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 놓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이든 전쟁은 악이다. 전쟁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죽고 죽이는 행위에 불과하다. 전쟁이란 단순한 살해가 아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살륙을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전쟁이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권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은 전쟁을 치르면서 인명피해를 최대한 적게 하려고 했다. 소위 부수적 피해 collateral damage 방지라는 것이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적에게 꼭 필요한 피해만 입도록 작전을 수행하되 작전간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 인명 재산등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초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하면 부수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듯 하다. 그러나 그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 미국은 매우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했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1991년의 걸프전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첨단무기체계를 갖춘 미군도 엄청난 규모의 오폭을 했고 오인 사격을 했다. 아마도 걸프전보다 이라크 전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미군들의 피해도 급증했다.
미군들은 새로운 작전개념을 안들어내면서 앞으로는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위 안정회작전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또 다른 양상을 띠게 될지 모른다. 인간이 경험을 통해 만들고 준비한 개념은 후행적이다. 똑같은 사건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미래에 대비하려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대비하려하는 것은 오만이나 무지에 가깝다.
부수적 피해라는 용어는 민간인 피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부수적 피해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민가 폭격으로 일가족 몰살이라는 말이나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사살했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까? 말은 세계를 창조했다.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엄청난 인명피해와 파괴 그리고 국경선의 변화, 부의 이동 및 기술의 발전과 같은 것이다. 전쟁의 결과로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쌍방이 만족하는 평화가 아니다. 일방이 다른 상대방의 의지에 굴복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전쟁의 긍정적인 결과는 기술의 발전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인명 손실을 댓가로 한 기술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좀 더 발전한 사회에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부탄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발전과 행복이 항상 같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용기부족으로 행하지 못할 뿐이다.
전쟁을 통해 죽어간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그저 슬프고 아쉬운 일인가. 한사람 한사람이 세계이고 우주이다. 한사람이 죽는 것은 세계가 죽는 것이고 우주가 죽는 것이다. 625를 치른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치른지 40년이 지났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기에 살고 있다. 어떻게 평화를 지킬 것인가. 과연 평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평화를 원하는가. 전쟁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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