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월출산 도갑사에 들어가며

월출산은 악산이다. 산이 모두 돌로 이루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설악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변산부터 영암일대까지 전 지역이 모두 지리공원이다. 이 지역을 여행하려면 굳이 여기 저기 찾아 가지 않아도 된다. 그냥 길가다 눈에 보이는 곳을 찾아가서 구경하면 그곳이 바로 명승지이다.

월출산을 마지막으로 구경했던 때는 30년 전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다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월출산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막상 산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 주변만 빙빙돌다가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고 기약을 하고 떠났다. 그리고 30년이 훨씬 지나서 다시 찾았다. 월출산 주변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때도 왜 이산 이름이 월출산일까 하고 궁금해 했었던 기억이난다. 바위가 많고 험준해서 매우 남성적인 산이다. 같은 값이면 월출산이라고 하기보다는 일출산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바위가 없는 육산이라면 음이 강하다고 해서 월출산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바위의 강한 힘이 꾹꾹 담겨져 있는 악산이라서 양의 기운을 이름으로 삼는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 그러다가 아마 밤에 보면 월출산의 바위들이 달처럼 보여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도갑사로 향했다. 영암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이리저리 하다가 도갑사로 향한 것은 오후가 한참을 지났을 때다. 도갑사 가는길은 한산했다. 예전같으면 각종 가게가 많았을 터인데 거의 다 문을 닫았다. 국립공원 제모습찾기 한다고 계곡마다 있던 식당들이 모두 철시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리 멀지 않은 길을 가는데 매우 멀리 느껴졌다. 한적한 계곡길을 혼자서 갔다. 오랫만에 깊은 산 계곡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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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절을 보는 생각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절 건물을 보러 갔다. 요즘에는 절에 들어가는 길이 나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절에 가는 길이 절구경의 7할은 넘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우리네 절은 산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주변이 매우 아름답다. 그런 점에서 도갑사는 요즘 들어 절을 새롭게 느끼고 있는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곳이었다.

어느새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 강력했던 한여름의 열기도 월출산의 깊은 산속에서는 그 힘을 잃어 버리는 듯 했다. 도갑사는 왕건이 고려를 세울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전란을 거치면서 많이 파괴되어 원래의 그 위용을 많이 잃어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도갑사는 많은 전각과 보물만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도갑사 해탈문이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평가를 하지만 그것도 모두 따지기 좋아 하는 사람들의 취미에 불과할 뿐이다. 도갑사 해탈문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국보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하고 있지만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국보로 지정될 가치가 있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국보고 보물이고 그것은 모두 후세의 사람들이 다 자기들 기준을 정해 놓는 것에 불과하다. 그 어렵고 장구한 시절을 이기고 버텨온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 만일 해탈문이 생각이 있다면 자신보고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따지는 인간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

후손들이 못나서 여러 전란에 선조들이 남겨 놓은 것을 모두 불태우고 나서 국보할 가치가 있느니 보물가치가 있느니 따지는 것도 참 못났다고 생각을 하며 해탈문을 지났다. 절집마다 모두 다 다르지만 도갑사는 천왕문이나 금강문이 없고 바로 해탈문이 있었다. 많은 경우 해탈문은 없더라도 천왕문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도갑사에는 천왕문이 없다. 그리고 해탈문에 금강역사상이 있다. 그러니 도갑사 해탈문은 금강문과 해탈문을 겸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작 내눈에 들어 온 것은 해탈문이 아니라 그 문앞에 있는 돌계단이었다. 돌계단의 양쪽이 모두 태극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왜 연꽃이 아니고 태극문양이었을까 ? 세상에는 이유없는 일이란 없다. 특히 옛날에는 글자 하나 문양하나가 모두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문양의 의미를 잘 모른다. 모르고 보니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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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에 들어가니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앞에 석탑이 있었다. 여느 절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 어딘가 짜임새가 완전하지 않은 듯 하다. 어설픈 듯한 전각들의 배치가 나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도갑사는 그냥 손님을 편하게 받아 주는 여유가 있었다. 오죽하면 한여름의 열기들도 도갑사에 와서는 힘이 빠지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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