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고달사지를 찾아서

폐사지는 겨울에 찾아야 제 격이다. 흔적없이 사라진 옛 절터를 찾노라면 인생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길재선생의 한시가 생각나기도 한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도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폐허가 된 절터를 보면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진다.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허무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때 살았던 사람들이 폐허가 된 이곳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삶의 본질이란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곳을 보고 나면 마음이 갑자기 착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은 폐사지라도 여름에 보는 것과 겨울에 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름의 녹음은 폐사지의 쓸쓸함보다는 고즈녁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겨울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폐사지는 겨울에 가보는 것이 좋다. 넓은 벌판위에 부는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돌아 감쌀때 느끼는 쓸쓸함은 정말 일품이다.

신륵사에 갔다가 오는 길에 고달사지에 들렀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고달이라는 석수가 있었는데 침식을 잊고 돌을 깍았다고한다. 집에서 처자식이 사는지 죽는지 모르고 조각에 열중했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은 모두 굶어 죽었고 고달은 머리를 깍고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었단다. 폐사지의 전설로는 정말 극적이다. 영화를 찍어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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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해가 기웃기웃하고 있었을 때였다.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이 최고조에 달했다. 옆에 어머니가 없었으면 난 아마도 한쪽 구석에서 엉엉하고 이유없이 울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한쪽 구석에서 눈물을 그냥 흘려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도 난 나를 사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이 힘든 세상에서 너도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냐하면서 스스로를 보듬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신라시대에 지어졌고 고려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절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큰 절이 왜 한순간에 폐사지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넓은 지역에 여기저기 석물들이 흩어져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을 담아 놓는 석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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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주변을 왔다 갔다하다 보면 주춧돌이 보인다. 난 주춧돌에 관심이 많다. 아직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주춧돌의 양식을 보면 대충 어느시기에 지은 건물인지 개략적으로 알수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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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듬어진 주춧돌을 보면 분명 고려시대의 건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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