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사회에는 원로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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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만 해도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아쉬운 점을 느끼게 되었다.

그 많던 원로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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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 세대는 함석헌 선생이 있어서 좋았고 김수환 추기경이 있어서 좋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뻔하디 뻔한 그러면서도 아리송한 소리를 하는 성철 스님이 있어서 좋았다. 성철스님의 다비식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김준엽 선생의 나의 광복군 시절이라는 책을 보면서 아 아 ! 난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법정스님의 수필집을 다 모아서 읽고 또 읽으며 출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법정스님이 길가에서 죽어서 그냥 없어지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삶이 무엇인지 진정고민했다.
난 그런 분들을 보고 살았다.
그런분들은 하나같이 불의에 눈을 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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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우리의 삶에 등대였던 분들이 많았었는데 왜 지금은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 나만 그런가 싶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고 대답을 한다.

얼마전에 대학을 정년 퇴직하시고 학문적 성과도 있었던 분을 만나서 왜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을까요 하고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하시는 대답이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그런다고 했다. 그런가보다하고 있다가 그분이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문제에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과거의 인연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실망했다.

그리고 알았다. 원로가 없는 것은 대접을 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원로가 없는 것은 원로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노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저 나이만 많다고 원로라고 불리며 존경을 받을 수는 없는 법이 아니겠는가?

5공시절에 전통 밑에서 국무총리를 했던 김상협 선생이 있었다. 김상협 선생은 고려대 총장을 지내고 암울한 군부통치 시대에 국무총리로 들어갔다. 민족고대에는 난리가 났었다. 당시 존경받는 분이었던 김상협 선생이 독재정권의 국무총리라니 용납될 수 없었다. 당시 김상협 선생은 비록 독재정권이라도 내 나라니 나라도 무엇인가 해야한다고 국무총리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상협 선생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국무총리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엄청 비난을 받았다. 고려대 대학원 건물에 사무실을 배정받았지만 학생들은 인사도 하지 않고 모른척 했다. 5공이 무너지고 전통이 사형선고 받고 사면되었다. 아무도 전통옆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상협 선생은 전통의 행사가 있으면 꼬박꼬박 참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지도교수께 여쭈었다. 김상협 선생이 왜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통옆에 있는가하고. 지도 교수께서는 이 사람아 김상협 선생은 선비네. 자기가 선택했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것이 선비의 도리이네. 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로 난 선비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원로가 없는 것은 대접을 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생을 제대로 살지 않아서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 그 누구도 김상협 선생을 기억하지 않는다. 난 김상협 선생의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에 김상협 선생을 떠 올린 것은 김상협 선생처럼 자기가 선택한 것에 책임조차 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강의가 있어서 오랫만에 고려대에 갔다. 예전보다 건물도 많이 생기고 상전벽해가 되었다. 조지훈 선생이나 김준엽 선생과 같은 분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괜스리 나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요즘 친구들은 그런분들 이름이라도 제대로 기억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했지만 기백이 있었고 비굴하지 않았으며 어떤 권위에서 고개 숙이지 않았고 오직 정도만 걸었던 분들이 생각난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런 상황을 보고 그분들은 무슨 말을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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