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개심사를 아시나요

개심사는 충청남도 서산에 있는 절이다.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지어진 절이라고 한다. 굳이 개심사를 찾아가보려 했던 것은 한번도 전란을 겪지 않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백제때 지어졌으나 고려말에 크게 다시 지었다고 한다. 절이 깃든 산은 상왕산이다. 해발 300여미터를 조금 넘을 정도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많은 사찰들이 산재해 있었다. 아마도 백제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절터밖에 남아 있지 않은 보원사지와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석불은 이곳이 백제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중심지였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개심사를 찾았던 이유중의 하나는 이절이 백제때 처음 세워졌고 고려말에 크게 중수를 했다고하지만 한번도 전란을 겪지 않았다 하니, 혹시 백제의 흔적이라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개심사를 올라가는 길은 험했다. 상황산 능선을 타고 한참을 차로 올라갔다. 안내판에 쓰인대로 밑에 차를 세워 놓고 올라갔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편치 않은 다리로 그 긴 능선을 갈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한때는 산을 너무나 좋아해서 암벽에서 살았던 몸인데 이제는 걷는 것을 겁내는 신세가 되었으니 삶이란 그 누구도 함부로 자신할 수 없는것이다.

개심사는 보통의 절들이 있는 곳과는 좀 다른 듯 하다. 미리 절이 있는지를 모른다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아마 지금처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지 않았다면 찾아 가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주 깊고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아주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찾는 진리도 그렇게 내 마음의 구석 어딘가에 은밀하게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

차를 가지고 가면서 주차장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절 입구에 조금의 여유가 있었다. 나른한 평일 정오였으니 사람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차를 세웠다. 도착하자 마자 나를 마중하는 것은 연못과 고목이었다. 산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연못이 있었고 물이 적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난리가 나더라도 이곳에 조용히 숨어 있을 수 있었나 보다. 일주문이고 천왕문이고 금강문이고 그런 형식은 아예 필요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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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갓지난 터라 연꽃도 거의 지고 있었다. 연못의 모습이 아주 아름다웠다. 한참을 연못구경을 했다.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 꼭 다시 한번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며 올라갔다. 올라가자 마자 범종각을 보았다. 범종각의 누각은 아마도 최근에 지은 모양이다. 멋있게 만드려고 했는지 기둥을 휘어진 나무들로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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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유불급이라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억지로 멋을 부리려고 했는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휘어진 나무로 기둥을 만든 것은 임진왜란 이후 이쪽 지역에서 지어진 절들의 특징중 하나인 듯 하다. 그렇게 휘어진 나무들이 절집을 더 격조 있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러 그렇게 만들면 그런 자연스러움을 잃어 버린다.

만든 사람들은 잘했다고 할지 모르나 나는 쯧쯧하는 생각을 했다. 이절은 한번도 전란을 당한적이 없어서 이렇게 휘어진 나무로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균형이 맞지 않았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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