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개심사 안양루에 앉아

개심사는 수덕사의 말사다. 말사는 규모가 작아서 형식을 모두 다 갖추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게 형식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볼 것이 많다. 이것 저것 따질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개심사 올라가면서 일주문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범종각 앞에 보니 강당건물에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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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건물의 현판이 일주문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강당건물을 보아 하니 역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강당의 이름이 안양루다. 왜 안양루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된지 잘 모르겠으나 답사를 다녀보면 ‘안양’이라는 이름은 아미타불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불국사의 안양문도 극락전에 들어가는 문이다. 부석사의 안양루도 무량수전앞에 있는 누각이다. 무량수전에 모셔진 부처님이 아미타불인지 석가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무량수전이라는 이름 자체는 아미타불과 관련이 많다.

개심사 강당이름을 안양루라고 지은 것은 아미타불이 의미하는 극락을 생각했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안양루는 매우 다목적용 건물이다. 설법을 하기 위한 강당이기도 하고 목어와 운판그리고 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양루 밖에 있는 범종각과 함께 아침 저녁 범종을 치는 곳이기도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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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루가 개심사의 제일가는 명당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량루 제일 가운데 앉아 보았다. 바로 앞에 5층 석탑과 대웅전을 마주하고 앉았다. 대웅전은 높은 단위에 있다. 위엄이 있어 보인다. 역시 대웅전은 조금 높게 올려 보아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층석탑도 대웅전의 높이에 걸맞게 높았다. 아마도 대웅전의 단이 낮았다면 5층석탑이 조금 높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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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가지고 안양루에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대웅전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는 오래 있기 어렵다. 원래 삶이란 그렇다. 아무리 높은 곳을 좋아 한다고 해도 오래 있을 수 없다. 오래 있으면 불편해지고 감당하기 어렵다. 낮은 곳에 있으면 여유가 있다. 그리고 오래 있을 수 있다. 세상살이도 그렇고 절집에서도 그런 듯 하다. 안양루가 낮은 곳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물론 조금 있다가 옆으로 비켜나 앉았다. 아무리 낮은 곳이라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부담스러웠다. 한쪽 구석에 있는 듯 없는듯 앉아 있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번잡하고 주목받는 곳에서 조금 물러나 있으면 몸과 마음이 다 편하고 주변을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운데 앉아 있으면 제대로 관찰하고 그것을 즐기기 어렵다.

점심을 막 지난 오후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안양루에서 저멀리 밖을 내다 보면서 범종각이 마음에 걸렸다. 처음 올라오면서 범종각의 지나치게 휘어진 기둥들이 불편했었는데 안양루에서 밖을 내다 보니 범종각이 시야를 막는다. 아마도 안양루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극락에서 내려다 보듯이 멋있는 경치를 보라고 했을 법도 있는 듯 하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의 안양루에서 보는 풍경이 멋있다고 하지 않은가. 당연히 개심사 안양루에서 밖을 내다 보는 풍경도 제일 좋았을 터이다. 그러나 범종각이 눈을 가린다. 아쉬웠다. 안양루에서 절집 안을 보는 경치가 정말 좋았다. 밖을 보는 경치도 최고였어야 한다. 그런데 범종각이 안양루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치를 막아 버렸다. 그래도 세상에 어찌 좋은 일만 있겠나 ? 뭔가 하나가 좋지 않은 것도 있어야 겠지. 그게 세상일이니까. 그래도 아름다움을 모르는 그 누구의 안목에 조금은 실망을 하면서 밖을 보지 않고 안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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