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봉정사 산신각 앞의 단풍그늘에서

어디를 가든지 항상 마음에 남는 곳이 있다. 나의 경우 여행은 그런 곳을 찾는 일이다. 여행을 마치고 가만히 혼자 앉아 그런 곳을 떠올리면 그 느낌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사진은 그럴 경우 너무나 유용하다. 봉정사에서도 그런 곳을 찾았다. 산신각의 능선 마지막에 있는 단풍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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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극락전을 한바퀴 돌다 보니 바로 왼쪽에 능선이 하나 있고 산신각으로 간다는 표식이 있다. 약 10미터도 되지 않아 야트막한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 올라서자 마자 작은 돌탑 몇개가 나를 반기고 있다. 나무의 옹이자리 위에 작은 돌로 탑을 세웠다. 투박한 인공의 흔적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도심의 인공은 강력하다. 그런 것들은 나를 편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억누른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억압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삶은 양면적이다. 그러나 이런 산사에서 만나는 인공의 흔적은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실상 아무런 실익도 없지만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것 만으로 내 정신을 무장해제 시켜 주는 것이다.

우선 능선에서 올려다 보니 조그만 산신각이 보인다. 어느 아주머니께서 연신 절을 하고 계신다. 봉정사의 산신각은 조금 외딴 곳에 있다. 산신각이라는 것이 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절터에서 높은 자리에 산신각을 세운다고 한다. 봉정사는 극락전을 휘돌아 가는 조그만 능선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 산신각을 세웠나 보다. 홀로 서 있는 산신각은 주변의 나무들과 같은 색이었다. 주변의 나무와 산신각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늦가을이어서 나무는 온통 갈색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산신각도 그 단풍의 향연에 취해 있는 듯 했다. 주변에 모두 나무들이고 자그마한 건물만 하다 덩그라니 있어 조금은 외로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산신각은 오랜 세월 주변의 나무들과 서로 잘 어울리며 친구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산신각에서 내려오기 위해 밑으로 내려왔다. 올라갈때는 몰랐는데 내려가는 길끝에 단풍의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햇볕은 마주하고 보아야 한다. 단풍이 태양과 나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능선의 끝은 단애가 있었고 나무들은 그 절벽을 모두 뒤덮고 있었다. 햇볕이 그 두꺼운 단풍을 뚫고 따스하게 비추는 곳에 할머니 두분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심해서 뒤에 서 있다보니 집안일이니 예전에 살아온 일이니 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아무렇게나 싸온 김밥이 있었다.

찬란한 단풍의 향연 밑에 앉아 있는 할머니 들의 뒷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아마도 이 할머니들은 봉정사를 잘 알고 있는 분인들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시절에 이곳에 앉아 소풍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진을 조용하게 몇커트 찍었다. 작품사진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풍경이었다. 포토샾 작업을 하면 작품으로 출품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raw 파일로 남겨놓았다. 작년 한해 본 광경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가을의 찬란한 단풍밑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 나도 올해 가을 늦게 친구와 그 단풍그늘에 앉아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싶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올해는 눈이 많이 안 오네요. 겨울에는 눈이 펑펑 와야 겨울 같은데… 오라는 눈은 안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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