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2년의 소회

스팀잇을 시작한지 2년이 다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글을 올렸다. 그간 올라간 글을 다 정리하면 꽤 될듯하다. 결국은 매일 매일의 일기를 쓴 셈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스팀잇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었을까 ?

돈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모델이 뭔가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기 위해 글을 썼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은 투자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기간에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투자를 했다. 처음에는 내가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서였는데 조금 지나가니까 남에게 보상을 나눠주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가 그것도 시들해졌다. 보상이 적절하네 아니네 어뷰징이네 마네 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싫었다. 인민재판하는 것 처럼 완장차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기 싫었다. 자신들만 옳고 정의롭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폄훼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완장차고 돌아다녔다. 내가 남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란 모두 거기에서 거기다.

어느 순간엔가 자유롭자고 시작한 스팀잇이 오히려 나의 생각을 억압하고 얽어매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결국 현실 세계이든 가상세계이든 인간관계가 문제다.

오히려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의 인간관계는 더 질긴 듯 하다. 현실세계는 안보면 되지만 가상세계는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아예 가상세계에서 떠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 끈적 끈적한 관계의 억압을 피할 수 없다.

아예 떠나면 될 터인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단순하게 경제적 이익이 되기 때문일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나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에 몰두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글쓰는데 집중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마치 구름처럼 떠 다니는 의식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더 들자면 남에게 무엇인가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제 집에서 논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소일거리 찾아서 무엇인가 한다. 그런데 나는 무엇인가 한다. 그것도 바쁘게 한다. 그 바쁜 일의 내용도 현직에 있을때와 다르다. 현직에 있을때는 일이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사진찍고 공부하고 글쓰는 것이 기쁨이다. 그래서 여러번 꽤 좋은 조건의 자리가 있었지만 여유있게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었다. 남들이 다 하고 싶어하는 자리를 웃으면서 여유있게 거절할 때, 난 희열을 느꼈다.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조건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 처럼 기분좋은 일은 없다. 그런지 안그런지 나중에 한번 느껴 보시기 바란다. 스팀잇에는 능력있는 분들이 많으니 나보다 먼저 그런 희열을 느낀 분들도 있으리라.

경제적인 이유을 떠나서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스팀잇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보상의 다과를 막론하고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스팀잇이 나를 묶어둔 가장 큰 힘이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경제적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 것이다. 과거 다른 SNS에도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했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들하고 말았다. 그런데 스팀잇은 나를 글쓰는데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들로 산으로 사진을 찍으러 돌아 다니게 만들었다.

몰론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고 할 것 없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팀잇의 앞날이 상당할 정도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의 삶을 밀도있게 살게해 준 것은 순전히 스팀잇 덕분이다.

바람이 있다면 네드를 위시한 스팀잇의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자신들이 앞장서서 보팅풀 운영하며 SMT에만 목을 매서는 미래가 어둡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가 나름대로 의미있고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스팀잇 덕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되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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