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소리가 사는 집

실상사 보광전에서 오른쪽으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현판이 붙어있지 않다. 그냥 건물이다. 뭐에 쓰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잔뜩 멋을 부려 만든 건물이라는 것을 알겠다. 가서 문을 열어 보았더니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소리가 들린다. 물흐르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실상사 주변의 소리들을 모아서 들려주기 위해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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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리보다 그 집이 더 흥미로웠다. 대들보를 멋있게 휜나무를 올렸다. 세상에 한옥을 제외하고 이런 대들보를 쓸 수 있을까? 휜대들보에 맞추어 문도 비틀어지게 만들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소리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문을 벽에 꼭 맞게 만들지 않은 듯 하다. 처음에는 대충 만든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이집은 소리를 위해서 만든 집이다. 그러니 소리가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틈이 있어야 한다. 이집의 생명은 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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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은 정형화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자유로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절집에 이런 자유로운 형식의 집을 지은 것은 예삿일은 아니다. 아마도 많은 반대가 있었을 것 같다. 전도 아니고 각도 아닌 건물을 절에 놓는다는 것은 법도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도 나올만 하다. 그래도 절 마당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상당한 대접을 해주는 것같다. 아마 실상사 주변의 소리가 아름다운가보다. 소리를 들으려면 저녁이 되어야 한다. 만물이 잠드는 조용한 저녁에 되어야 소리가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떠났다. 언제 다시 와서 조용한 밤소리를 듣고 싶다. 그러나 마음뿐 언제 다시 아서 실상사의 밤소리와 친구할 수 있겠는가. 모두 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항상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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