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을 보았습니다.

Screenshot_20170703-131937.jpg요일 저녁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제목이 “박열”이더군요. 예전에 얼핏 들었던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고 보았습니다.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식민지 시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기개가 놀라 왔습니다. 약관 20세 초반의 나이에 그렇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당당하게 만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나이가 제 아들의 나이와 비슷하더군요. 항상 어리게만 보이는 제 아들의 나이에 목숨을 바치면서 제국주의의 중심에서 항거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 그냥 대단한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편한 소리를 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당시 그렇게 살 수 있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생명을 던질 수 있는 이념과 이상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던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념과 이상을 부르짖을 수 없습니다. 사상과 이념은 모두 압도당했습니다. 아니 압도당했다기 보다는 실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효용성을 상실한 것이지요. 이념과 이상의 상실은 한때 운동권에서 주체사상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끔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것이 사실은 실패한 이상과 이념의 반영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방향을 상실한 지금의 세대보다 추구할 이상이 있었던 식민시대의 젊은이가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되겠지요.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영화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조금 찾아보니 금방 나오더군요. 박열은 45년 10월 미군에 의해 석방된 이후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이승만을 지지합니다. 일체의 압제를 거부하는 아나키스트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중에 이승만이 독재로 흘러간 것을 보면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는 6.25때 납북되었습니다. 1974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한같은 압제적 사회를 박열이 어떻게 살고 느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제식민시대보다 더한 압제적인 북한 사회를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은 어떻게 지났을까요? 그래도 70이 넘어서 돌아가셨으니 천수를 누린 셈이지요.

영화를 본 이후 저의 가슴 한편에 내내 긴 여운을 남긴 것은 가네코 후미코였습니다. 그녀는 왜 자살을 했을까요? 영화에서는 타살이라는 의혹을 소개했습니다. 당시에도 타살의혹이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은 많은 소란과 말썽거리를 청소해 버립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 진한 여운이 남는 것은 그녀가 젊어서 죽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꾸라가 절정에서 지듯이 가네코 후미코도 삶의 절정에서 떠나 버렸습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평전을 쓴 평전을 쓴 야마다 소지는 수감이후 박열의 행적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했다고 하는 군요. 박열이 수차례에 걸쳐 전향서를 썼다는 말도 있습니다. 물론 전향서 자체가 조작이라거나 강요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조작은 이해가 되지만 강요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겠지요. 죽음을 각오한 사람이 그깟 강요로 전향서를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열의 전향의혹과 가네코 후미코의 죽음을 연결시키는 것은 가네코 후미코의 죽음과 어떤 의미상 연관을 짓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열의 전향의혹과는 별개로 이미 가네코 후미코는 그 자신만으로 훌륭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념을 지키고 거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것 만으로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먹물줄 튀기듯이 일관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이란 특히 그렇지요. 아무리 위대한 인간의 삶에도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영웅이 오래살게되면 더이상 영웅이 아닙니다. 삶은 위대한 인간을 평범한 생활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해방이후에 가네코 후미코의 평전을 읽으신 기억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7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 기억을 하고 계신 이유는 뭘까요? 아마 그만큼 그녀의 인생이 강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불꽃처럼 살다간 여자.
그녀의 사진을 찾아 보았습니다. 강한 인상을 지녔더군요Screenshot_20170703-121932.jpg

영화를 보고 나서 박열보다 오히려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기억이 더 남았습니다. 조만간에 한번 가네코 후미코의 평전을 한번 읽어 보려 합니다.

영화 잘만들었습니다.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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