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선운사에 가시면 사리탑을 꼭 들러 보세요

선운사 가는 길 중간에 사리탑전이 있다. 생각없이 그냥 걷다 보면 사리탑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운사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곳이 사리탑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리탑으로 들어가는 길과 문이다. 길가에서 좀 안쪽 멀리 문이 하나 보인다. 뭔가 오래된 건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사리탑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그 길은 그냥 보통길과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저 멀리 사리탑전의 나즈막한 대문은 마치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운사 주도로에서 사리탑까지의 길은 얼마 안되지만 주변의 나무로 조금 어둡게 보인다. 그리고 사리탑전은 훤하게 보인다. 피안의 세계라고 느끼는 것이 이유없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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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탑전의 대문을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문은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이다. 아마도 네모나지 않게 둥글게 문을 만들어 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둥글게 난 문사이로 비석이 슬쩍 보인다.

문은 높지 않아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둥글게 만들어 놓은 문지방을 발을 들어 넘으면서 고개를 또 숙여야 한다. 스님들을 뵈러 가는데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 크지 않은 사리탑들이 줄을 지어서 서 있다. 오래된 사리탑들은 다른 절의 그것보다 비교적 크기가 작다. 그리고 아무것도 쓰여 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한세상 살았으면 그만이지 이름은 남기면 뭐하나 하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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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들로 비석이 있기도 하다. 어떤 사리탑은 바위위에 석탑처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석탑처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는 조금 비위가 상하기도 했다. 원래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곳이다. 승탑이라는 형식의 탑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너무 따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형식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모든 것은 인간의 무명이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선운사의 사리탑은 최고다. 사리탑에 들어가는 길과 사리탑앞에 서 있는 문이 최고다. 그 길과 문이 사리탑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냥 그 길과 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최고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이런 멋있는 곳을 그냥 지나간다. 사람들을 불러다가 이곳을 보고 가시라고 하고 싶다. 수백년 동안 절을 지키면서 그렇게 주어진 인연을 살고 가신 스님들의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선운사 온 본전은 다 뽑은 것과 진배 없다.

사리탑 볼때 마다 항상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없는 질문은 한번씩 떠올리시리라. 사리탑 주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인생은 그야말로 나그네 길이다. 한번 지나가는 삶이다. 나도 모르게 부여 받은 삶이다.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나에게 던져진 것이 삶이다. 그래서 삶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부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선물이다. 사리탑을 볼때 마다 궁금하다. 여기 계신 스님들은 인생을 부담으로 살았을까 선물로 살았을까 ? 삶은 지금의 나에게 선물인가 부담인가 ?

사리탑을 여기에 만들어 놓은 이유는 그런 생각을 하고 절에 들어오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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