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송창식의 선운사와 김소월의 진달래 꽃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떠올린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선운사를 부르는 송창식의 목소리에서 진달래 꽃을 즈려 밟고 가시는 님의 모습이 생각난 것은 무슨 연유일까 ? 아마도 둘 다 이별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학창시절때 한국인의 가장 대표적인 정서라고 하면서 배웠던 시다.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내가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떠 올리게 된 것은 둘다 이별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둘 다 이별을 노래하지만 묘한 차이가 있다.

송창식의 이별이 아직 절망적이지 않은 상태라면 김소월의 이별은 절망적이다. 송창식은 그리하여 선운사의 뚝뚝 눈물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사랑하는 님이 마음을 돌렸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여운이 있기에 노래가 더 애잔한 것이다. 아무런 희망과 기대가 없으면 그 때는 암흑뿐이다.

그러나 김소월의 이별은 절망적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아마도 님은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뭔지 모르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사연으로 떠나게 된 것이리라. 나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여지를 남겨 놓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내님은 나를 싫어해서 떠나가야 한다고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점에서 송창식의 선운사는 김소월의 이별과 조금 다른 듯 하다. 송창식의 님은 이제 사랑이 다해서 떠나는 것 같다. 그래서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나를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으면 매달리지 않고 잘 가라고 보내주겠다는 것이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다. 님은 내가 싫어서 그리고 역겨워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상황.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는 한편 진달래 꽃을 밟으면서 그 부서지는 모습이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가라고 하는 것 아닐까 ? 나는 ‘사뿐히 즈려 밟고’라는 말에서 임을 떠나 보내는 여인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곤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보여주기 위해서 꽃을 뿌려드리지만 그래도 살짝 밟아서 조금만 부서지게 하시라는 것이다. 꽃잎이 많이 찢어지면 떠나는 님의 마음이 너무 아플 것이니 내 마음이 조금만 아프다는 것을 아시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이 시를 읽는 나를 더 슬프게 만들곤 했다. 여인 아픔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야말로 절망의 끝이다. 그 절망의 끝에서도 사랑하는 님의 마음의 끝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이 시를 배울때 선생님께서 절망적인 사랑앞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것을 한이라고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무 절망적이고 한스러운 것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같은 이별이지만 아직 돌아설 여지가 있는 선운사의 동백꽃이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송창식의 선운사를 듣는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사랑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다만 아직 절망을 맞이하지 못해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런 내마음을 님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송창식의 이별이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김소월의 이별은 그 슬픔을 감내하고 있지만 송창식의 이별은 감내할 수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내할 수 없는 이별을 맞이 하는 사람은 절망과 한을 노래할 힘도 없다.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송창식의 이별은 절망을 맞이할 힘도 없는 상태를 그리는 듯 하다. 그래서 송창식의 노래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사랑이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길가에 뿌려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운사 길을 걸었다.
선운사 가는 길 왼쪽에는 하천이 흐는다. 느리게 흐른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듯이 물이 느리게 간다.
영변 약산의 진달래 꽃은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의 노래다

https://youtu.be/XBK_VR-vz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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