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선운사를 찾아가는 이유

고창 선운사로 향했다. 그것은 순전히 송창식 때문이었다. 갑자기 내 입에서 송창식의 ‘선운사’라는 노래가 튀어 나왔다. 나는 송창식이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간이 흘러 젊은 사람들은 송창식의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우리의 전통음악을 접목시킨 사람이다. 송창식의 노래중에서 선운사를 제일 좋아한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떠나실 거에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송창식은 이른 봄에 선운사를 갔나보다. 그러기에 이런 노래를 만들었겠지. 그의 노래를 들으면 바람부는 날 동백꽃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을 돌리기를 바라는 여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녀는 그가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슬퍼하는 사람이기를 바랬던 모양이다. 그렇다. 그녀는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고 눈물을 흐리며 슬퍼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를 떠난다면 얼마나 모진 사람일까 ? 이미 봄은 지나 내년이나 되어야 기약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백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모습이 생각나서 선운사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 찾아간 선운사의 입구는 삭막했다. 절 입구에는 장어집이 가득하다. 선운사 초입에 있는 주진천은 풍천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을 풍천이라 한다. 그래서 장어가 유명하다고 한다. 죽 늘어서 있는 장어집을 멀리하고 선운사로 들어갔다. 장어집들을 지나서 조금 가다 보니 선운사 입구다. 선운사 입구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각양 각색의 돌에 소나무 분재들로 꾸며져 있었다. 일견 화려해보이지만 좀 천박해 보이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절앞에 이렇게 야단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하는가 보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했다. 도로 옆에 난 길을 맨발로 걸었다. 맨발은 언제나 상쾌한 느낌이 든다. 얼마를 걸었을까. 검은 돌이 보이고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비가 있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 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아마도 선운사의 동백꽃이 유명한 것은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때문인 듯 하다. 미당은 서른 즈음에 선운사 근처의 주막에서 주모와 술을 한잔하면서 그녀의 구성진 육자배기를 들었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가 통해 미당은 운우의 정을 기대했으나 주모는 다음에 동백꽃이 피면 찾아 오라고 했다 한다. 한참을 지나 미당이 그 주막을 찾았더니 주모는 빨치산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때 쓴 시가 선운사 동구다.
선운사 동구의 배경을 듣고 나면 선운사를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미당의 행적때문에 그를 별로 좋아 하지는 않지만 그의 시는 좋아 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어렸을 때는 미당을 말당이라고 하면서도 그이 시를 읽었으니 말이다.

미당 이후 선운사 동백에 관한 이런 저런 시들이 있었다. 김용택과 신영미가 선운사의 동백을 노래했다. 동백은 그 후두둑 떨어지는 모습 때문에 이별을 생각하게 하는 모양이다. 김용택과 신영미의 시는 이별의 아픔을 이야기 했다. 그것도 자신의 아픔이다.

그런 점에서 송창식의 선운사는 한 수 위다. 동백꽃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상대방이 헤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사람을 버리고 가면 너무나 잔인하다. 그러지 못할 사람이길 알기에 그에게 바람부는 날 동백꽃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시는 노래를 통해서 완성되는 것 같다. 난 송창식의 선운사가 좋다. 정말로 너무 좋다.
선운사 미당의 시비옆에 송창식의 노래비가 하나 더 서 있었으면 좋겠다.

선운사를 찾아간 것은 여름이었다. 염소뿔도 녹아 버릴 것 같은 이번 여름에 난 선운사를 찾았다. 그래도 아련히 동백꽃앞에서 눈물 흘리는 여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없이 송창식의 노래를 들으면 찾아가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일이다.

맨발에 송창식의 선운사를 웅얼거리며 선운사 들어가는 먼 길을 걸어 들어갔다. 선운사에 가려면 꼭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면서 가야 한다.

(https://youtu.be/e2rc8x0aC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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