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있는데 내머리 속에는 부동산 문제가 가득 차 있다.

요즘 부동산 문제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마당이지만 주변사람들은 아파트 값 올라가는 것이 더 큰 관심인 듯하다.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해법도 달라지고 처리하는 과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정부의 대책을 보면 이번에 아파트값이 올라간 것을 소위 말하는 투기꾼의 소행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단톡방에서 아파트값 담합하는 글이 올라오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다고도 한다. 이런 식의 대책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든다. 정부가 아파트값의 폭등이 투기꾼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투기꾼 잡아 넣고 처벌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의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 문제가 그렇게 단순할까 ? 지금 아파트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과거에 무엇인가를 잘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인풋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여당과 야당은 이번 아파트 가격 사태의 원인 제공자를 서로 상대방이라고 떠넘기는 것 같다.
잘 안보던 TV에서 이번 아파트 값 대란은 이명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금리 인하 및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는 여당의 지적과 현정부의 무능력 때문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서로 맞부딪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둘다 틀리기도 하고 둘다 맞기도 하는 것 같다. 전정권에서 금리인하를 하고 부동산 부양을 해서 지금처럼 집값이 올랐다는 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그냥 버텼으면 우리나라는 아마 망했을지도 모른다. 자세하게 따져보지 않고 당시의 금리인하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 부양을 했다. 나는 당시 정부에 있던 사람들에게 당시의 부동산 부양이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렵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만일 그때라도 집을 짓지 않았으면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겪은 부동산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무지하게 풀었고 그런 돈이 결국 부동산에 몰린 것이다. 돈이 몰리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집값이 문제가 되는 곳은 서울이다. 세종시 같은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에는 집값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문제다.

박근혜 정부당시 신도시를 개발하고 집을 무지하게 많이 지었지만 서울의 집값을 잡는데 그리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서울 시내 특히 강남의 집값은 주변에서 많이 짓는 것과 무관하게 혼자서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집을 무조건 많이 짓는다고 제대로된 공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요구되는 곳에 요구되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은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다.

강남지역에도 오래된 아파트와 주택지대가 많이 있다. 미리 대비를 했으면 강남지역에 많은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런점에서 지금 겪고 있는 서울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은 상당부분 서울시장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임이래 강남지역의 재개발을 거의 원천 봉쇄하다시피했다. 벌써 오랫동안 강남지역에 제대로된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올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

강남지역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재개발 주택이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로소득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많은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박원순 시장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상은 결국 그의 그런 정책이 자신의 지지계층에게 손해만 끼친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은 박원순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개발을 들고 나오면서 부터였다. 강남지역의 재개발은 원천적으로 봉쇄하다가 갑자기 용산과 여의도 개발을 들고 나오면서 그동안 눌려 있는 힘이 터져 나왔다.

아마 박원순 시장은 용산과 여의도를 개발해서 강남의 수요를 돌리려고 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어머어마한 개발 프로젝트를 내세우는 것 보다 강남이외 지역에서 강남으로의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훨씬 낫다. 강남집값이 왜 비싼가 ? 8학군 때문인가 ? 물론 그런 이유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강남에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용산이나 여의도 개발같은 프로젝트는 박원순의 지지세력에게 도움되는 정책이 아니다. 재벌 돈벌어 주는 일이다.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런 프로젝보다 강남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강남이외의 지역에도 좋은 일자리가 생길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같이 부동산에 대한 문외한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사고는 서울시가 쳐 놓고 뒷수습은 현정부가 하는 격인 듯 하다. 민주당은 같은 편이니 제대로 비판을 하지도 못하고 문제의 핵심을 따지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그럼 서울시는 어떻게 해서 집 값을 잡으려고 하나. 서울 집 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이 현정부의 책임인가 아니면 서울시의 책임인가. 나는 서울시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닌가 ? 그런데 서울시는 자기하고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 처럼 하고 있다.

정부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무작정 세금이나 때리고 금리나 인상해서 두들겨 잡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잡힐 집 값이면 얼마나 좋을까 ? 집값 잡으려고 금리인상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

외교보다 중요한 것이 내치다. 내치의 핵심은 경제다. 경제가 흔들거린다. 지난번에 남북 정상회담 당시 현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무척 높았다. 지금은 정상회담하더라도 지지도는 그리 높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은 남북관계 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는 문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는 듯 하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재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잘못하면 위기에 빠질 지도 모른다. 지금 정부는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괜히 불안하다.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잘되길 바란다. 너무 너무 중요한 일인데 우리 내부의 경제문제 때문에 그 중요성이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아무리 남북관계가 중요해도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2018.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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