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에 세번째 갔지만 산신각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갔다. 산사 여행에 동행이 있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산사 여행은 고즈넉한 기분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많다. 삶에 지치면 누구든지 좀 조용히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산사여행을 떠난다. 내 경우는 가는 동안에 심심해서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란 묘한 존재다. 사람에게 지쳐서 여유로움을 찾아 떠나는 그 홀로 있는 순간에 무료함을 느끼니 말이다. 산신각은 절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그림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고 형식이 다르다. 그래서 산신각만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음에 있어도 동행들이 있으면 내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번엔 산신각에 올라갔다. 산신각은 절의 제일 높은 곳에 있다. 산신에게 절을 보호해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삼성각이라고도, 어떤 경우에는 산신각이라고도 한다. 삼성각이라 할 경우에는 부처,산신, 독성이 모셔져 있다.
마곡사는 산신각이라고 한다. 산신만 모셔져 있다는 의미다. 산신각은 마곡사의 전각들을 모두 다 살펴볼 수 있는 위치에 지어져 있었다. 마곡사는 하천을 두고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천 넘어서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등의 전각이 있고, 하전 이편에는 영산전과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산신각은 양쪽이 모두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위치를 참 잘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산신각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가을 단풍에 물든 마곡사는 불국의 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봄에 마곡사가 아무리 아름답다하더라도 단풍에 물든 것보다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봄엔 꼭 마곡사에 가볼 작정이다. 어떻기에 단풍에 물든 마곡보다 아름답다 하는지. 단풍에 취해 산신각의 문을 열었다. 산신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산신이 부인과 같이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많은 절을 다녔지만 산신과 부인이 같이 있는 그림은 처음 보았다. 그림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세상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는데 어찌 산신에게는 있고 음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 원래 부처와 독성이야 혼자서 깨우치는 것이라서 홀로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산신은 혼자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부인과 같이 앉아 있는 산신의 모습을 보니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산신도 나와 같은 사내나 마찬가지고 보면, 그도 부인에게 바가지를 긁힐 것이다. 산신도에서도 부인의 모습이 더 힘을 쓰는 것 같았다. 뭐 어쩔 수 있나 ? 마누라는 아무도 못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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