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마곡사편, 영산전 그 고요함의 한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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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아도 언제나 조용한 곳이 있다. 마곡사에도 그런 곳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곳이다. 명부전에서 안쪽으로 돌아 요사채 담을 지나서 있는 영산전이 그곳이다. 요사채를 돌아 가는 곳에 조그만 돌탑들이 올망졸망 줄을 서 있다. 절에가면 항상 이렇게 돌탑들이 많이 서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 많이 바랄까. 해탈문 바로 옆에 영산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쓰여 있지만 항상 그냥 지나치던 곳을 요번에는 마음을 먹고 찾았다. 마곡사가 그리 넓은 곳은 아니지만 마음을 먹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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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전은 높은 곳에 앉아 있다. 영산전 글씨를 세조가 썼다고 한다. 임진왜란때 불탄 것을 나중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조선 중후기 건물 양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근감이 더 든다. 높은 곳에 서 있어도 위압적이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았다. 단풍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이곳까지 들어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영산전에 들어가기 전에 마당 건너편에 있는 강당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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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바로 오른편, 그러니까 영산전 바로 왼편에 매화당이라는 편액이 붙은 건물이 있다. 매화당이라 시적인 이름이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라고 한다. 왜 스님들이 계시는 곳 이름을 매화당이라고 붙였을까? 아마도 엄동설한의 추위에서도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것 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는 뜻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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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전에 들어갔다. 어두웠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정말 오랫만에 나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고요했다. 주변이 고요하니 내 마음도 절로 고요해진다. 고요한 가운데 문을 통해 화려한 단풍을 보았다. 마음이 차분한 상태에서 밖을 내다보니 뭔지 모를 기쁨과 희열이 내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것 같았다. 단에는 불상이 1000개가 있었다. 그래서 영산전을 천불전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이 영산전 때문에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워 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참을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밖에서 아낙들 소리가 났다. 몇명이서 오는지 시끌 벅적하다. 그러더니 영산전 안으로 들어온다. 그와 함께 내마음의 고요함도 달아났다. 문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영산전을 보았다.

고요함을 느끼려든 마곡사의 영산전에 앉아 있을 일이다. 가을의 한기가 적당하게 고요함과 버무려지면 마음 깊은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하고 지냈던 환희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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