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일연선사 승탑과 사리탑들

돌은 위대하다. 시간이 가고 역사가 흘러도 돌은 그 자리에 남아있다. 변하지 않고 그자리를 지키는 것은 돌 뿐인 듯하다. 돌은 그 속에 아쉬움도 함께 지니고 있다. 나무가 썩고 타서 없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부서진 돌을 보면 어찌할 수 없는 한숨을 쉬게 된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돌이 바람에 지쳐 그리고 비에 아파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의 한쪽 구석에서 울림이 퍼져 나온다. 변치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러지는 것을 보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리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특히 일연선사의 부스러진 탑비는 내 심사를 더욱 처연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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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선사의 탑비 바로 옆에는 그의 승탑이 서 있었다. 탑비와 달리 승탑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탑비였다. 건물은 타고 무너졌어도 그대로 변함없이 서 있는 승탑을 보면서 일연선사가 어떤 분이었을까 생각했다. 선사는 이름난 효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효자중에서 어머니를 잘 모셨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아버지를 잘 모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많지 않다. 아마도 아버지들은 빨리 돌아가시기 때문인 것 같다. 젊을때는 마구 살면서 부모님 속을 썩게 하다가 시간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정신을 차리고 부모님을 돌아다 보게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어머니에게 효도를 다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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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선사의 탑비는 고려시대의 다른 승탑과 비교해 보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승탑 옆에 있는 간이 전시건물에는 승탑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탁본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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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의 대부분은 비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가 일연선사의 탑비를 보고 화려하다고 느낀 것은 인각사 뒷쪽 마당에 놓여 있는 무심한 모습의 사리탑때문이다. 인각사 뒤의 사리탑은 그 양식을 보건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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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초라하게 절의 뒷마당에 서 있는 쓸쓸한 사리탑을 보면서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대답없는 물음을 나에게 던져 보았다.


노동•정치•사람 웹진 4월호

노동·정치·사람은 매달 노동, 정치, 사람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이야기 합니다. 노동·정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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