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마곡사에 들어가는 길, 비밀의 문

춘마곡추갑사라고 했다. 가을에는 갑사, 봄에는 마곡사가 좋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난 마곡사를 가을에만 세번째다. 봄에 마곡사를 가보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일이 생기곤 했다. 화풀이 하는 마음으로 마곡사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가을에 마곡사를 찾을 때면 왜 추마곡은 안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가을에 마곡사 가는 길은 아름답다. 그리 멀지 않지만 걸어가는 내내 물소리가 들린다. 음악을 감상하는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무릎이 아파서 빨리 걷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빨리 걷지 못하게 되면서 보는 것이 더 많아졌다. 생각도 많아졌다. 어디 한군데 아픈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의사인 내 친구는 나이들어 무릎이 아프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는 듯 하다. 조금 아프니 삶에 대해 겸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아플 필요는 없다. 그냥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었다.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길을 멈추곤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었으나, 찍고나서 보면 색깔이 잘 안나온다.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도 자연의 색만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다보니 벌써 절 입구가 나온다. 어라 제일 먼저 날 맞이 하는 문이 해탈문이다. 사천왕문이 아니다. 일전에 법주사도 금강문이 먼저 서 있었다. 사실 구례 화엄사도 사천왕문이 금강문 다음에 있다. 이쯤 되면 좀 이상하다. 뭔가 이유가 있을 법한데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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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해탈문 안에는 금강역사들이 서 있었다. 그러니 금강문하고 해탈문을 겸하고 있는 택이다. 그런데 해탈문 안에 서 있는 금강역사들의 모습이 다른 절과 좀 다르다. 통상 금강역사는 한분은 입을 벌리고 또 한분은 입을 다물고 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아금강역사 닫고 있는 것을 훔금강역사라고 한다. 시작과 끝을 연결하여 영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마곡사의 금강역사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것도 무슨 연유일까 ? 끝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천왕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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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문과 천왕문의 배치가 아주 절묘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일자로 배치하지 않고 살짝 방향을 틀어 놓았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만든 분에게 경외감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해탈문에서 천왕문으로 가는 길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가도록 배치한 것이다. 물론 천왕문에서 절로 들어가는 다리도 살짝 비틀어 놓았다. 돌로된 다리에서 천왕문과 해탈문을 바라 보면서 혼자 웃었다. 나혼자만 비밀을 알아차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번 가지만 갈때 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답사는 이런 맛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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