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전략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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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까지의 대선은 양자 대결이어서 둘이서 죽자 사자 싸우면 되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크게 보아 3가지 정도로 전선이 나뉘어졌다.
이름하여 보수 중도 진보가 그것이다. 2개에서 3개로 전선이 나뉘어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여기서 보수는 홍준표로 중도는 안철수로 진보는 문재인을 이른다. 사실 서구의 개념에서 볼 때 홍준표는 보수라기 보다는 수구라고 하는 것이 맞다. 아마 안철수 정도가 보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서구의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여기서 쓰는 말은 통상 언론에서 하는 말을 따른다.

전선이 3개로 나뉘어 지면서 선거전략이 복잡해졌다. 누가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지 헷갈리게 된 것이다. 비교적 속이 편한 측은 문재인이다. 자신의 색깔만 잘 지켜나가면 승리는 무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도 비교적 명확하다. 자신의 색깔을 지켜나가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진보로 몰아붙이면 된다.

문제는 안철수다. 그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에 서 있다가 반문재인 정서에 편승하고자 했다. 그래서 보수표를 기대했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것 같다. 앞에서 심상정의 문제를 지적했듯이 안철수도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국민들이 중도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진보나 보수나 하는 꼴이 싫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식 계파정치나 문재인식 계파정치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중도가 시대정신이었다. 그런데 안철수는 문재인과 홍준표의 틈을 확대시키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실패했다.

안철수가 지금까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보수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가 보수의 표를 의식한 순간 전략적으로 유리한 모든 것들이 전략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말았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문재인을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문재인 쪽으로 기울고 말았던 것이다. 보수쪽에 있던 사람들도 절박하게 문재인만은 안된다는 마음을 상실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보수측 사람들은 홍준표와 안철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갈수록 보수로 기울 수 밖에 없고 보수측은 이것봐라 하고 홍준표 카드에 미련을 두게 된 것이다.

전략의 실패는 결정적이다. 지금과 같은 구도라면 안철수가 어찌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TK쪽 사람들을 절박하게 만들어 그들이 안철수 쪽으로 달려 오게 만들었어야 했다.

안철수 측의 가장 큰 실패는 박지원을 2선으로 빼버린 것이다. 보수측 사람들이 박지원을 싫어한다고 빼버린 모양인데 그것은 완전한 실책이었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박지원 만큼 전투력 강한 사람이 있는가. 아마 박지원이 문재인을 박살냈다면 보수측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안철수에게 기어 들어 왔을 것이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가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전략의 실패는 작전적 성공으로 만회하기 어렵다. 세번의 대선토의는 전략의 실패에 기인한 결과다. 네번째는 방향을 조금 바꾸어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만 작전적 성공이 전략적 실패를 만회하기 어렵다.

앞으로 남은 2주간 안철수는 어찌할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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