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모처럼 도서관 2층 로비에서

아침에 수영장에 나갔다. 오랫만이라서 그런지 힘들었다. 오늘 처음 도서관을 찾았다. 열람실에 들어갔더니 너무 조용해서 컴퓨터를 칠 수가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 뭔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무생각없이 노트북을 열고 몇자 치다보니 이게 아니다 싶어서 2 층 로비로 나았다.

로비에는

지혜의 숲에서 잠시 쉬어가다…

#
라고 씌여져 있다. 로비 가운데 긴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거기에 자리를 잡고 글을 썼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내가 매일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한참을 글을 쓰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쇼파의 빈자리가 거의 없다. 어떤 사람들인가 하고 둘러보면서 조금 놀랐다. 난 도서관에는 젊은 학생들 몫인줄 알았다. 나도 학창시절엔 도서관에 자주갔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다. 언젠가 부터 도서관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퇴직을 하고 나서 사무실을 얻어서 공부를 한다고하니 아는 선배가 도서관에 가면 되지 왜 귀찮게 사무실을 얻느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말을 그냥 흘려 들었다. 1년간 사무실을 임대 했는데 편한 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다. 나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나만의 공간을 가지려면 그 공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니 관리니 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마침 지방에 일이 생겨 더 이상 서울에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져서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니 오늘은 처음으로 고정적으로 가던 곳이 없어진 것이다. 예전에 선배가 하던 말이 생각나서 동네 주변의 도서관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아침운동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온 것이다. 회원가입을 하고 자리를 배정 받아서 앉았으나 열람실은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2층 로비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넓은 공간을 흐르는 차가운 공기가 다리를 서늘하게 지나간다. 서늘한 한기가 나를 묘하게 긴장하게 만들었다. 두어시간을 뭔가를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다 차있다. 내가 놀란 것은 나이가 든 사람들이 의외로 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로비에 앉아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바로 내 앞의 중늙은이는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나 구석에 있는 자기 나이 또래의 사나이에게 가서 알은 채를 한다. 인사를 하더니 다시 자기 자리에 돌아와서 쓰던 일을 계속한다.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쇼파에 편하게 기대어서 아침 오수를 즐기는 것이다. 다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별로 갈데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시간나면 카페에 가서 책을 보거나 작업을 했는데 도서관도 괜찮은 선택인 듯하다. 자유롭다. 카페에서도 피곤하면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기가 어려운데 여기는 그럴 수 있어서 좋다.

노인들은 몇시간이고 한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한다. 제일 많이 보는 것이 신문이다. 두어시간은 앉아서 신문을 보는 것 간다. 그러다가 눈을 붙이고 쇼파에 기댄다. 가만히 보니 이들은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매일의 일과인 듯 하다. 한쪽 구석에서 연신 하품하는 소리가 들린다.

앉아 있는 노인들은 모두가 남성들이다. 그들은 어디 갈데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도서관 2층 로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그 나마 다행인 듯 하다. 이런 공간이 있기에 그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닐 수 있는 것 아닐까 ?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자존심 말이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래도 젊을때 뭔가 하나씩은 세상을 잡고 흔들었을 것 같다. 가만 보면 모두가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서로서로 방해가 될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오랫만에 도서관에 와서 참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침묵 속의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쉐어 투 스팀 (Share2Steem) / 타 SNS의 포스팅을 스팀잇에 자동으로 공유해보자

스팀잇에 다른 SNS에서 작성하는 포스팅을 자동으로 공유하고 보팅도 받아 갈 수 있는 dapp…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올드스톤의 횡설수설) 모처럼 도서관 2층 로비에서’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