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군위가는 길에 본 성남정

산사이야기를 한다고 해 놓고 엉뚱하게 유교식 정자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안동의 봉정사를 찾아 가는 길이었으니 산사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구에서 지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길을 나섰다. 원래는 안동의 봉정사를 가려고 했다. 어찌어찌 하다가 군위를 돌아가게 되었다. 요즘은 지도를 찾아 보고 가지 않으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디가 어딘지 알기가 어렵다.

한참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평일날 오전 따분한 날이라서인지 차들은 별로 없었다. 하늘도 파랬다. 미세먼지에 시달렸는데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내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오른쪽 언덕 위에 한옥 건물이 보였다. 어떤 팔자 좋은 사람이 저렇게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나하면서 지나칠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집이 아니었고 무슨 정자 같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된 기와지붕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지붕을 보면, 기분이 가라 앉는다.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치 세상일에 초연해지는 듯한 심사에 젖게 된다. 그냥 지나치기 싫었다. 오래된 지붕이 나의 발길을 돌린 것이다. 한참을 더 가서 차를 돌렸다. 스마트폰을 찾아보아도 이곳에 사적지라든지 하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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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한가해 보였다. 요즘 시골이 다 그렇듯이 사람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차를 세워놓고 그 집주위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담너머 보이는 이름은 성남정이다. 남쪽 별의 정자라고나 할까 ? 이름에서부터 도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다. 정자가 서 있는 위치는 절묘했다. 마을 뒷산의 능선이 쭉 뻗어져 나온 끝 부분의 조금 높은 둔덕에 정자는 서 있었다. 정자 밑은 바로 절벽이었고 그 밑에 조그만 연못이 있었다. 옆으로 도로가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절경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다. 아마도 그래서 그곳에 정자를 지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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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로 들어가는 문은 자물쇠도 없이 나이론 끈으로 아무렇게나 묶여져 있었다. 나이론 끈을 풀고 안드로 들어가 보았다. 한동안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은 듯 했다. 마루에는 먼지가 두텁게 쌓여져 있었다. 정자에 들어가 서 보았다. 마을 아랫 동네가 훤하게 보였다. 예전에는 마을 어른들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여기에서 시를 짓고 글을 쓰기도 했으리라. 그러고 보면 이 마을은 전성기를 지난 것이다. 이제 이곳을 찾는 사람은 나같은 과객뿐이다. 그냥 그렇게 버려져 있는 것이 아쉬웠다.

이 정자의 형편이나 이 마을의 형편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나 이제는 몇몇 집도 남지 않았다. 한때 번성했으나 이제는 흔적만 있는 곳이 여기만은 아닐진데 내 마음에는 뭔지 모를 아쉬움과 아련한 향수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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