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영화이야기) 추상미 감독의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보고

어느날 저녁에 티브이에 추상미 감독이 자신이 만든 다큐멘타리 영화 폴란드로 간아이들의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티브이를 잘 보지 않지만 유심하게 보았다. 그녀는 내가 과거에 매우 좋아하던 배우 추성웅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이때 추성웅은 매우 유명했다. 특히 그의 판토마임은 당대 최고였다. 아마 지금도 그 정도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성웅은 그의 전성기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 버렸다.

한참은 지나서 그의 딸 추상미가 배우가 되었다. 매우 개성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녀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기가 어려웠다. 별로 생각하고 지냈기 때문에 추상미가 배우가 아닌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놀란 것은 그녀가 한국전쟁시 폴란드로간 전쟁고아들의 이야기들을 추적하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찍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 다큐멘타리 영화는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필요하다.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관점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잘 알고 지내던 교수 한분이 폴란드로 간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해서 두말할 것 없이 승락했다. 용산 CGV에서 영화를 상영했는데 자리가 만석이었다. 아마도 다큐멘타리 영화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것도 유례가 없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는 매우 잘 만들었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근자에 오늘 저녁과 같이 눈물을 많이 흘린 적이 없었다. 내가 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눈물을 쥐어 짜려는 시도와 장치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내가 그들의 삶에 뭔지 모르게 들어가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정치와 전쟁에 희생된 인간성에 대한 뭔지 모를 연민 때문이랄까 ?

추상미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서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난 폴란드의 선생님들이 한국에서 러시아를 거쳐 폴란드까지 유랑을 했던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을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 폴란드 선생님들에게서 인간성의 가능성을 보았다. 아마도 내가 눈물을 흘린 것은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

추상미 감동은 폴란드 사람들이 머나먼 이억만리 타향에서 온 전쟁고아들을 정성을 다해 보살핀 이유는 자신들도 나찌 치하에서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럼 그렇게 전쟁을 겪고 피를 흘렸던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느냐고 ? 유감스럽게도 어떤 분이 이념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길어져서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추상미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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