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천운사의 울림

천운사는 참 묘한 절이다. 사실 천운사에 대한 첫인상을 별로 좋지 않았다. 지리산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하는데 그것을 천운사가 걷었다. 절구경을 하는 것도 아닌데 돈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운동 단체까지 있을 정도였다. 마침 천운사에 들어가면서 들었던 라디오가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시민단체 대표가 나와서 천운사가 지리산을 올라가려는 등산객에게 모두 돈을 걷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가는 날에는 돈 걷은 사람들이 없었다.

돈이라는 것이 그렇다. 사람들이 아마 내가 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별로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면 매우 기분나빠 한다. 천운사는 사람들이 기분나빠하는 경우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돈을 내고 나면 마치 강도당한 기분이 드니 말이다.

아마도 천운사에서 돈을 걷은 것도 복잡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그렇고 그런 존재니까 말이다. 스님세계건 속세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 사람사는거 거기서 다 거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세상은 복잡해도 절집은 고요하다. 사실 인간들의 싸움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천은사가 아닌가 한다.

천은사에 들어가보니 매우 색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 넓은 곳은 아니지만 매우 아늑한 장소다. 세상 시름이 모두 다 사라지는 것 같다. 고요함을 느꼈다. 돈을 걷느니 마느니하고 서로 욕심사납게 싸우고 있지만 정작 천은사는 그런 인간들의 싸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그대로 그렇게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바람이 휙하고 지나간다. 어떤 중년을 지난 사내가 요사채에 걸터 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흑백으로 사진을 찍었다. 바로 그런 분위기가 바로 천은사 분위기다.

_A270725.JPG

천은사는 임진왜란 이후에 다시 지은 절인 것 같다. 주춧돌이 조선 중기 이후의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다른 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추춧돌이 다른 절의 경우보다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 두배정도는 큰 주춧돌이 건물 기둥을 떠 받치고 있었다. 왜 힘들게 이렇게 큰 주춧돌을 가져다 놓았을까 ? 아마도 다시는 무너지지 말라는 염원이 아니었을까 ?

PA270702.JPG

극락보전을 지나 뒤에도 여러 전각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중간에 커다란 둥근 바위가 있었고 그 위에 사람들이 돌탑을 세워 놓았다. 인공과 자연의 묘한 조화가 멋있게 느껴졌다. 절뒤에는 바로 산이었다. 소리가 났다. 이름 모를 새소리였다. 새소리를 정신없이 들었다. 저 새는 무슨 이유로 저렇게 울고 있을까 ? 한참을 있자니 천은사에서 가장 멋있는 자리고 바로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극락보전 바로 뒤의 전각 뒤 공터에서 새소리를 들었다. 작년 초에 불국사에서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던 바로 무설전 뒤의 공간과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불국사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들었다. 새소리 때문이다. 그 명랑하고 경쾌한 새소리는 내기분도 들뜨게 만들었다. 처음 들어왔을때의 조용함을 지나 묘한 흥분감까지 느꼈다.

PA270719.JPG

화려하고 큰 전각이 많았던 화엄사보다 훨씬 더 정취가 있었다. 큰 건물과 화려한 장식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아도 울림이 있는 것이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비록 인간의 욕심으로 혼탁해졌지만 천은사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찾아가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한반도 7배 크기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 해체 시작

네덜란드 사람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338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여 전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천운사의 울림’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