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봉정사 대웅전을 보면서

봉정사는 극락전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봉정사 대웅전도 국보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건물이 국보로 승격되었다거나 보물로 지정되었다거나 하는 데 매우 민감한 듯 하다. 수백년이상의 세월을 묵묵하게 견디어온 건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보니 보물이니 평가하는 것이 우습기만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봉정사 극락전 앞에 많이 몰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대웅전 앞에 오랫 동안 서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대웅전 앞의 툇마루였다. 대웅전에 툇마루가 있는 것은 처음보았다. 마치 양반가의 종택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툇마루 때문인지 대웅전이 마치 정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툇마루를 다니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다 다니라고 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툇마루에 용감하게 올라가서 이리저니 왔다 갔다 해보았다. 다른 절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기분이었다. 툇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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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루는 툇마루에 서면 지붕만 보인다. 그래서 아래 풍경이 아주 잘 보인다. 대웅전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석사보다 훨씬 멋있는 것 같다. 통상 부석사 무량수전 앞의 안양루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난 안양루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풍경은 제일 가는 건물에서 보는 것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봉원사 대웅전 툇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아마도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웅전의 기둥도 매우 멋있다. 배흘림인지 민흘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묘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끈한 대웅전의 기둥이 주는 장엄미는 일품이다. 조금 떨어져서 보며 대웅전의 기둥이 얼마나 사내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기둥 때문인지 창문의 문양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대웅전은 고려말이나 조선초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전각은 대부분 맞배지붕인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 수록 그렇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은 팔작지붕으로 지어졌다. 아마도 안동지방에 양반 종택이 많아서 그런 집들과 조화를 맞추려고 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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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소박하게 멋있다. 장엄한 대웅전을 장식하는 계단이 다른 절과 달리 소박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그 소박함이 절대로 대웅전의 위엄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진다. 절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 내가 대웅전의 역사를 느낀 것은 대웅전 건물이 아니라 그 앞에 있는 돌계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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