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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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검색>

저자 : 박완서(1931년생)

경기도 개풍 출생, 숙명여고를 거쳐 1950년 6월에 서울대 국문과 입학.

그런데 그 달에 6.25전쟁이 터졌고 학업이 중단되었다.

1970년 40세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문단에 등장했다.

2011년 1월에 돌아가셨다.




이 책은 작가님의 유년시절 기억에 대한 책이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 말기부터 해방 후 초기까지의 대한민국 시대상을 얼핏 엿볼 수 있다.

박완서 작가님의 어린 시절 회고록이라 본인의 얘기뿐 아니라 가족들 얘기들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1992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02년 재판된 책. 그래도 18년 전 책이다.

책 검색을 해보면 2019년 판도 있다.

3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재판되고 있다. 엄청난 스테디셀러다.




1950년에는 대한민국에 대학교가 몇 개나 있었을까.

그 당시에도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었을까.

1940년대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여성으로서 대학교는 둘째치고, 중/고등학교 학업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박완서 작가님 집안은 좀 특별했나?

동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 유년시절과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완전 반대이다. 아주 벽촌에서 태어나셨고 집안이 그리 부유한 편도 아니었다.

책 본문을 읽다보니, 작가님 어머니가 시골 촌구석을 떠나 자녀들을 서울에서 길러내야겠다는 의지가 한 몫 해낸 것으로 보인다.




작가님 할아버지는 서당을 운영하실 만큼 그당시 지식인이었고, 어머니는 동네 아낙들 편지를 대신 써줄 정도로 주변인들에 비해 식자층이셨다.

어머니가 용자시다. 동풍으로 쓰러진 시아버지가 계신 맏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식 서울서 공부시키겠다고 집안의 반대와 싸움에도 불구하고 애들 데리고 서울로 간다.

1930년대에도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실거주지와 다른 학교 주변 주소지를 등본에 등록하는게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박완서 작가님은 정말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 같다.

자신이 국민학교 입학 시험 당시에 풀었던 문제들을 기억한다.

나는 국민학교 때 가장 뚜렷한 기억이라면, 친구의 연애 사업 도와준다고 그 녀석과 함께 종이학 천개 접은 기억 밖에 없다. 그 친구 이름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은 저자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온 시점이다.

자신의 고향인 시골에는 지천으로 널려있던 싱아를 서울에 와서는 찾아 볼 수 없어, 이를 보고 내 뱉은 말이다.

대체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따 먹었나 생각한다.




문장 곳곳에 ‘여북해야’ 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 찾아보긴 했는데, 그동안 한번도 쓴 적없고 다른 곳에서 본 적 없는 단어라서 글 읽는데 의미 전달이 잘 안된다.

여북하다 :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다.




1950년 6월 25일, 6.25전쟁 때 서울에 살고 있던 대학생 시절의 작가를 포함 다른 서울 시민들은 저 멀리서 포화소리가 가끔 들리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한다.

그때 정부에서는 뉴스를 통해 국군이 인민군을 거의 다 섬멸한 것처럼 말하면서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는데 불현듯 세월호 사건이 떠오른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걱정말고 제자리 지키고 있으라고 방송하는 것들이나, 인민군이 처들어와서 밀리고 있는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뉴스를 내보내는 것들이나.

그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 자신들은 분명 남쪽으로 도망 쳤을게다.




책 후반부는 6.25전쟁 당시 저자 및 저자의 가족이 겪게된 일화들이 나온다.

참 씁쓸하다.

북이냐, 남이냐. 인민군이냐 의용군이냐.

서울에 남아있던 사람들끼리 전쟁 상황에 따라 서로 죽고 죽이는 일화는 충격이다.

차라리 남쪽 끝이나 북쪽 끝에 살고 있었다면 이데올로기적인 오해로 인해 죽임을 당할 일은 없었을텐데.

전쟁통 같이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은 참 추악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님이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6.25 전쟁부터 1.4후퇴 때까지 서울에서 겪었던, 벌레취급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그 시간에 대한 증언 임을.




나이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에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은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너무 귀족적으로 자란 걸 다 원망했다.

잘 먹고 잘 입고 떠받들여졌다는 소리가 아니라 수모에 길들여질 기회 없이 커 왔다는 뜻이다.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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