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남북간 교섭에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미국이 남북간의 합의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미국은 남북간 교섭에 대해서 무슨 불만이 있을까 ? 그 불만을 좀 더 분석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위에서도 말한 것 처럼 절차적인 문제다. 한국이 미국과 제대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떨때는 정말 우리 정부에서 외교 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과거 운동권에서 NL계열 사람들은 미국을 철천지 원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요즘도 그쪽 출신들은 미국을 그렇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상당수 주요 인사들이 NL계열들이고 더 나아가 주사파 출신들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과의 협조나 사전 협의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유와 원인이 어떠하든 지금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서 미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협상을 해서 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미국은 한국의 정책을 방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 싫다하더라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책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좋거나 싫거나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이 비토를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국과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이익을 상실하는 것 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미국과 한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미국은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안보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안보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듯이 미국은 한국에 안보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하든 그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안보적 이익이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적 이익과 동일할 수 없고 한국의 안보적 이익이 미국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남북간의 평화무드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적 이해관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미국과 안보적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간의 관계발전이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당연히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이 자신들의 정책적 방향을 지지하고 그 속에서 움직이길 바란다. 그것이 선북핵해결 이후 제재해제다. 미국으로서는 선북핵문제 해결이후 제재해제라는 정책방향은 그간 북한과의 협의과정을 검토한 이후 결정한 것이다. 김정일의 북한은 미국에게 거짓말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핵해결과 제재해제의 단계적 행동이라는 지극히 타당해보이고 현실적으로 보이는 정책도 북한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입장과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미국의 정책을 따라가다가는 미북의 협상자체가 파토날 수도 있다. 외교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다. 북한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북한이 끝까지 반대하면 미북관계가 더 이상 진전하기 어렵다. 미북이 끝까지 부딪치면 한반도는 다시 위기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황은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는 북한의 입장변화를 타진해야 하고 미국의 입장변화를 타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간 현상의 변화도 적절하게 필요하다. 물론 이런 최소한의 남북관계로 미국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 그것이 서로간의 마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상호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노력을 해야하고 미북간 관계 발전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그런 노력이 있어야 이후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적 위협을 가져다주는 존재이지만 또 우리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진출해야 한다. 동족이니까 미북간에 문제가 다 해결되고 나서 천천히 들어가도 되는데 뭐 벌써 급하게 그러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착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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