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시장과 자본주의의 상관관계
얼마전 학교 선배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술한잔을 하다가 시장이 형성되면 자본주의가 되는 거냐 라는 말이 나왔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경제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기 때문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시장과 자본주의는 조금 다른 말인 듯 했다. 시장이 존재한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이야 항상 존재했다.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그리고 삼국시대에도 시장은 존재했다. 아마 수천년 전부터 시장은 존재했다. 그러면 그때도 자본주의가 형성되었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 이 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가 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 때문이었다. 아무생각없이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 들였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형성되면 자본주의라고 습관적으로 말을 하고 있다. 북한에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장마당이 시장이다. 이제 북한의 장마당도 공식적인 시장이 되었다. 장마당이 많이 확산되어 있어서 이제 북한도 장마당을 없애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결국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말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 선배와는 서로 의견이 많이 달라 만나면 설전만 벌이는데 그날은 오랫만에 같은 의견이었다.
자본주의란 자본이 정치를 통제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정의하고 나니 좀 더 개념이 명료해진 듯하다. 역사는 결국 자본과 정치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정치권력이 자본을 누르지만 나중에는 자본이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자본주의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겠다고 합의했다. 물론 자본의 종류는 다양하다. 금융자본, 산업자본, 석유자본 등등이 있다. 결국 정치가 이들 자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크게 틀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장경제란 자본주의체제의 하위 구성요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생산적인 논의를 하게 된다. 특히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훨씬 더 생산적이다. 재미있는 하루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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