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이 종료되었다. 한국전쟁 종전 65년만에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서로 만났다. 회담이 끝나고 나니 보수적 경향의 신문에서는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승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외교적 협상에 대해서는 항상 평가를 달리한다.
누가 이겼는가는 시간이 흘러가야 알 수 있다. 누가 어떤 전략을 구사했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는가는 역사가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북한의 완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식시세판을 보고 주식가격이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예측은 그렇게 정확하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북한이 완승을 했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2차세계대전 이전 영국 수상 챔벌린은 히틀러에게 유화정책을 펼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전쟁 65년만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역사적 성과라고 생각한다.
양국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화와 전쟁 두가지가 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것은 없다. 트럼프로서는 전쟁을 위협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물론 마지막까지 북한을 압박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있다.
혹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그 이후 별 성과가 없지 않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의 정상회담과 미북간의 정상회담은 그 성격이 다르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을 뿐이다. 이제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앞으로 벌어질 일을 나열해 보면 비교적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첫번째 북한이 핵, 미사일을 그대로 가지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관계 정상화 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
두번째 북한이 핵, 미사일을 폐기하고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관계 정상화하는 경우
세번째 북한이 핵, 미사일을 그대로 가지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계속하는 경우
네번찌 북한이 핵, 미사일을 폐기하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적대적으로 상대하는 경우
복잡해 보여도 앞으로 북한핵문제는 위의 4가지 범주에서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두번째일 것이다. 하나 하나 두고 따져보면 앞으로의 세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떠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일전의 포스팅에서 여러번 문제의 핵심은 북핵문제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간 차세대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남한을 다루는 방식이나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나 크게 다를 것이없다. 미국은 북한을 자신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국은 남한을 자신편으로 끌어 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박근혜의 몰락과정에 어설프게 중국의 전승기념절에 참가한 것이 상당부분 작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어설프게 나서다가는 국가의 존망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우리가 직면한 안보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한 계기였다는고 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북한문제는 한국 정치의 지형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북한과 대화하자는 정치세력은 진보였고 북한을 힘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세력은 보수라고 했다.
우리 한국정치의 지형도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입장보다 북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던 것이다. 그랬던 것들이 미북 정상회담 한번으로 모두 붕괴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보수와 진보라고 했던 것들이 결국은 미국 대통령이 마음 한번 먹기에 따라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기반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제까지 말해 온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사상누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미북정상회담은 미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는 물론이고 남한 내부의 정치세력의 지형도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실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국제관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한국의 정치지형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면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역사는 항상 우리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남한의 정치지형도를 바꾸어 버렸다.
그것이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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