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체결했던 중거리 핵무기 폐기조약(INF)의 파기를 선언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유인 즉,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고 핵미사일을 개발했으며, 중국이 이 틈을 타서 중거리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냉전당시 미국과 소련은 어머 어마한 핵무기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데 공감해서 핵무기 군축협상을 실시했다.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은 그 성과였다.
냉전이 끝나서 세계는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미국은 사거리 500 km에서 5000 km 의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냉전당시에는 미국과 소련만 잘 합의하면 인류멸망의 위협을 낮출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핵으로 인한 위협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미국이 왜 중거리 핵무기 폐기협정을 파기했을까 ? 과연 러시아의 중거리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게 위협이 되었을까 ? 잘 따져보면 중거리 핵무기는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 본토에서 미국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중거리가 아니라 전략미사일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중거리 핵무기 폐기협정은 유럽지역이 가장 큰 수혜지역이었다. 동유럽과 서유럽 모두 미국과 소련의 중거리 핵무기 사거리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 미국의 중거리 핵무기 폐기 협정 파기는 북핵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무기만 존재하고 미국의 핵무기는 없다. 만일 미국이 북한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도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파기하고 한반도에 다시 중거리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끝까지 하지 않고 중국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 중거리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볼때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은 한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다. 만일 한국에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중국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기 위해서 북한과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아니면 협상자체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 그래야 한국에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북핵문제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정세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중거리 핵무기 폐기조약의 파기가 우리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번 조약의 폐기는 중국에 대한 압력과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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