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후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다. 그동안 많은 고비를 넘어서 지금까지 왔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각자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남북대치 상황이 완화되거나 해결되는 것을 기대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도 결국 북한의 재주에 속아 넘어가고 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객관적일 수 없는 까닭에 어떤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무엇인가 기대를 걸고 싶은 것은 이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평화를 위한 소망때문일 것이다.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은 나름대로의 한계를 가지고 출발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전쟁으로 비롯된 안보구도 속에서 진행되는 남북간 회담이나 협상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이 상당한 성과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남한은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핵합의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구도속에서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냉전종식이후 국력을 추스리느라 한반도에 개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어렵다. 중국이 굴기를 한답시고 힘을 쓰고 있다. 북한이 주체를 주장하며 중국으로부터 자유스러운 것 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중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북한은 잠시라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은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첫번째 남북정상회담이 미북간에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진행되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아마 미국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상황을 보고 미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까를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미 미국무장관 내정자 폼페오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나서 상당수준의 방향정리를 해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과정으로 지금의 상황으로 왔건간에 북한도 과거처럼 무늬만 북핵문제 해결한다고 해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상당수준의 정지작업을 한 것 같다. 우선 중국을 방문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하여 충분한 협의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김정은이 핵무기와 관련하여 과거와 동일한 입장을 지속하고 미국을 겁박해서 제재를 풀려고 하는 가능성이다. 또다른 하나는 김정은이 지금의 안보구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진정한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다.
만일 북한이 첫번째의 길을 가려고 한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막혀버릴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우리도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은 고사하고 국내에서 심각한 반대에 막혀버릴 것이다.
필자는 두번째의 길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만일 김정은이 정말로 변화를 필요로 한다면 국제사회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 핵을 가지고는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체제에 진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중국을 버리고 미국과 손을 잡을 수도 없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해야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핵과 미사일 폐기의 과정을 오랫동안 잡아 놓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반발을 무마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필자는 김정은의 중국방문이 이번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를 이리 저리 생각해보고 있다. 마침 일본 어느 신문에서 북한이 시진핑의 중국방문을 거절했었다는 보고를 보고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겠다고 추측해 본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중국과의 관계 때문일 가능성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북한이 미국과 가까운 관계로 가겠다고 한다면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중국이 될 수도 있고 그럴 때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것을 들고 나올까?
미북정상회담의 예비회담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은 것은 이후의 본격적인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확실한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21세기의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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