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미국의 입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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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 북한과의 협상문제를 두고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는 듯 하다. 주로 미국측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 같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진 의제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측에서는 설명을 해주었다고 하나 미국은 회담 이틀전에 그냥 일방적인 통보만 했고 자신들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남북간 교섭이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편,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평가도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이념적인 경향성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념적 경향성을 덜어내고 상황의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세상 일에는 다양한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의 다양한 측면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미관계의 파열음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핵심적인 내용은 남북관계의 교섭이 미국의 안보적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남북간 협상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남북간 화해무드는 남북 정상간 의지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미국이 양해를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바마 행정부처럼 북핵문제에 대해 오불관언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은 북핵문제라는 것이 남북문제를 뛰어 넘어 미북간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핵위협에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개발은 한국과 일본의 범위를 넘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당연히 북핵문제는 미국에게 최우선의 안보문제이다. 미국이 한국과 북한의 협상을 용인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에 한해서이다. 만일 남북간의 협상이 북한핵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퍼스트 네고시에터’라고 한 적이 있다. 그 한마디에는 미국이 바라는 남북간 교섭의 성격이 분명하게 담겨져 있다. 현재 남북관계의 최우선 문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중재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게 북한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매우 정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중재자로서의 의무이다. 만일 그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중재자로서의 정당성과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듯 하다.
만일 우리 정부가 남북간 화해협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설득과 양해가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이후 제재완화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이후 제재완화라는 미국의 정책방향이 무조건 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협상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나중에 받아라고 하는 것은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불신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남북간 교류협력도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해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남북간 교류협력의 강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에는 별 관심이 없고 남북화해에만 집중한다면 이는 미국의 안보적 이익과 크게 상치되는 일이 된다. 만일 미국이 우리 정부의 행동이 자산들의 안보적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까 ? 주일미군기지에 한국인들의 출입을 제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이런 조치들이 최근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징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상황이 더 진전되면 미국은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과 남북문제를 두고 힘대결을 하는 양상으로 진전되는 것은 우리에게만 손해다.
남북관계는 우리의 주권행사라고 생각하는 일이 미국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가 남북간의 문제라면 미국이 3만 4천여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한국전쟁에 참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미국의 안보적 이익에 종속적인 상황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즉 그것과는 다른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문제는 다음에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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