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남북간 군사분야이행합의서에 대한 일각의 문제제기를 보고 3. NLL 지역에서의 평화수역관련

남북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관한 문제제기중의 하나가 서해 NLL지역에서의 평화수역이 남쪽 해역이 북쪽 해역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NLL 남쪽 해역이 평화수역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측의 해군작전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 중앙일보에는 지난 정부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을 지냈던 유제승 예비역 중장이 NLL지역에서 우리가 평화수역을 수용함으로써 외선작전의 이점을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북쪽은 내선작전의 이점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냈던 신원식 예비역 중장은 이번 평화수역의 기준선이 북한이 그동안 주장했던 서해해상경계선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하면서 이번 합의가 북한에게 완전하게 굴복하고 우리의 안보를 내 주었다고 비난했다.

먼저 유제승 예비역 중장이 말하고 있는 외선작전과 내선작전을 왜 서해 NLL 지역에다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원래 내선작전이나 외선작전이라는 이야기는 서해상의 국지도발과 같은 작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전과 같은 대규모 작전에 적용하는 개념이다. 독일은 서쪽에는 프랑스 동쪽에는 러시아와 항상 대적해야 했다. 그래서 철도를 발전시켜서 먼저 프랑스를 제압하고 신속하게 전력을 전환해서 러시아에게 승리를 거둔다는 개념을 수립했다. 이것이 내선작전의 이점이다. 주변의 여러 적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정학적 여건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외선작전은 주로 원정작전을 의미한다.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것이 대표적인 외선작전의 일환이었다. 자신의 영토에서 군사작전을 하지 않아서 본국의 피해를 입지않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선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병참과 수송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서해 NLL의 국지도발 충돌에서 무슨 내선작전과 외선작전을 운운하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판단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서해 NLL지역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한 지역이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섬이라 많은 장비를 가져다 놓기도 어렵고 대규모 병력도 주둔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 모 예비역 중장은 서해지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우리가 우위에 있는 항공전력을 투입할 수 없게 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서해지역에 군사적 충돌이 생겼다고 해서 우리 항공기가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군사 전문가가 아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방공망을 지니고 있다. 우리 항공기가 북한의 방공무기 사정거리 안에 그냥 들어가면 모두 죽은 목숨이다. 만일 우리 항공기가 서해지역에 진입하려면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일 그런 작전을 미국이 지원하지 않고 우리 단독으로 하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알 수도 없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을때 우리 군은 F-15를 발진시켰다. 그때는 북한이 방공망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투기를 발진시킬 수 있었다. 만일 북한이 방공망을 가동했다면 우리 비행기는 북한 쪽으로 가지도 못한다.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로는 서해 NLL 에서 발생한 국지도발을 지원하기 어렵다. 그런 무기체계가 부족하다. 그러니 애시당초 평화수역의 설정으로 인해 우리가 우월한 공군의 손발을 묶었다는 주장은 애시당초 성립하기도 어렵다.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어서 북한이 함대지 미사일을 운용하게 되면 우리 해군 함정은 서해 NLL 지역에서 변산반도 인근까지 내려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침몰한다. 외선작전의 이점은 고사하고 서해 NLL 지역은 우리 군이 전략적 열세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래서 군사적 충돌에서 이기는 것 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을 두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황해도와 변산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자신들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합의한 서해평화수역과 북한이 주장했던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은 완전히 다르다. 남북한 NLL 문제에 관한 논쟁의 진행과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서해해상군사분계선과 이번의 평화수역을 연계시키는 주장을 할 수 없다. 평화수역을 서해해상군사분계선과 연계시키고자 하는 신 예비역 중장의 생각은 그래서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문제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번 남북간 군사합의의 기본 취지는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대규모 전술훈련이나 포병의 실사격 훈련등은 자칫하면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서해 NLL 지역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진원지나 마찬가지였다.

서해 NLL은 정전협정에 의해 합의되지 않았다. 북한이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아직도 서해 NLL은 분쟁지역이었다. 분쟁지역이었기 때문에 우리 군은 소중한 장병들의 피로 NLL을 지켰다. 유제승 신원식 같은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군은 앞으로도 서해 NLL을 지키기 위해서 피를 흘려야 한다. 언제까지 장병들의 피를 계속 흘려야 하나 ?

이번 서해 평화수역의 합의가 NLL을 기준으로 그어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북한이 최초로 공식적인 문서에 NLL을 남북간 경계선의 기준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북한이 NLL을 남북간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60년 넘게 티격태격했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어머어마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것으로도 서해평화수역은 우리에게 어머어마한 이득이 되는 합의라고 할 수 있다.

NLL기준으로 북쪽보아 남쪽 해역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도를 보고 서해평화수역이 북쪽으로 어디까지 가 있는지를 한번 보라. 바로 위쪽이 초도라는 지역이다. 평양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북한이 그 지역까지 평화수역으로 내준다면 거의 무장해제 수준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판과 비난도 그 차원이 맞아야 한다. 이번 합의서는 서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목적이었다. 제대로 비판을 하려면 이번의 합의서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어떤 조치가 미흡하다거나 부족하다거나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상호신뢰구축을 통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조치에 군사력 운용이 제한을 받는다고 비난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 능력의 부족이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악의에 찬 개념혼란 전술에 다름 아니다. 전자인가 후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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