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과 5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는 원유 투자자들을 전에 없었던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들었다. 항공과 자동차 여행이 뚝 끊기면서, 원유 수요가 돌처럼 굳었고, 유가도 뒤따랐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동반 급락했고, WTI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종가 기준으로, WTI는 역사적인 대반등을 기록했고, 저점 대비 88% 이상 상승한 배럴당 35.4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40% 가까이 상승한 35.33달러를 기록했고, 1999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양자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들의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할까?
간단히 말해, 이들의 이야기는 유가뿐만 아니라, 최근 수십 년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해왔는지를 반영한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상당 기간 동안,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가장 괜찮은 원유였다.
원유 생산 초기를 보여주는 옛적 원유 시추공, 원유 굴착기, 원유 채굴 작업자들의 사진들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인기 TV 드라마 “달라스”(1978–1991년)의 주인공으로 가상의 원유 재벌인 J.R. 유잉 같은 인물은 말할 것도 없다.
텍사스는 원유의 동의어였고, WTI는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가볍고, 순수하며(유황 같은 불순물 함량이 적음), 정제가 쉬웠다.
미국의 산업혁명과 미국 만의 운전 문화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원유 소비국이 되었으며, WTI를 무기로 해 세계 경제의 리더가 되었다.
텍사스의 원유 가격이 세계 나머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가격을 정했다. 전 세계가 원유를 소비했지만, 미국보다 더 많이 원유를 소비하는 곳은 없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세계 최대 경제였다.
미국의 원유 수요는 전 세계 수요를 반영했다. 만일 미국의 수요가 높아지면, 세계의 수요도 높아졌다. 미국의 원유 수요가 재채기를 하면, 나머지 나라들은 감기에 걸렸다. 따라서 세계는 WTI 유가를 벤치마크로 사용했다.
그동안 WTI 생산량은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원유 수요는 계속 증가했다. 미국은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원유 수입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그래도 가장 괜찮은 원유였기 때문에, WTI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가격 기준이 되었다.
그 후 브렌트유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브렌트유
1976년이었다. 장소는 북해였다. 그곳에서 순수한 블랜드로 생산되기 시작한 브렌트유는 점점 더 굶주려가고 있던 세계의 허기를 채워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북해산 브렌트유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OPEC과 아프리카로부터 다른 순수한 블랜드가 브렌트유에 포함되었지만, 명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브렌트유가 커져가는 유럽 경제를 먹여 살리는 동안에도, 가격은 항상 WTI를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세계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 바로 중국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의 원유 수요는 전례가 없이 많아졌다.
브렌트유는 중국으로 배달되었고, 미국의 원유 수요 증가율은 하락하고, 중국의 경우 극적으로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렌트유가 세계 유가를 결정하는 데 더 확실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1세기 미국에서 나타난 셰일 혁명이 WTI에 대한 관점을 더욱 바꾸어 놓았다.
미국은 원유 수입을 계속했지만, 국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많은 양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아랍의 원유 금수 조치를 겪었던 미국은 원유 수출을 금지해 왔기 때문에 국내에 원유가 쌓여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원유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은 긴축되었다.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WTI 시장은 전체 세계 시장과의 접촉 없이도 계속된 커졌다.
그로 인해 2012년,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은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 타이틀을 WTI에서 브렌트유에게 넘겼다.
당시 EIA는 “정유회사들이 수입하는 가볍고 순수한 원유 가격을 보다 잘 반영하고, 브렌트유 같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벤치마크 원유와 WTI 유가 차이를 고려하기 위해 취해진 변경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풀린 지금, 미국 셰일 생산 업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 WTI가 다시 부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성장해온 길을 볼 때, 유가 벤치마크를 하나로 하는 것보다 둘로 가져가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브렌트유와 WTI는 둘 모두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원유 사용자들이 위험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를 좋게 유지시킬 수 있다.
자료 출처: Fox Business, “Oil: WTI, Brent & the battle for world dom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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