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Xerox Holdings Corp.: XRX)가 자기보다 훨씬 큰 HP(HP Inc.: HPQ)에 제시한 330억 달러 상당의 인수 제안이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겠지만, 이들 기술 기업들 사이에 원치 않는 위임장 싸움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주주인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Carl Icahn)이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제록스의 미친 제안은 지난주 이미 언론에 의해 공식화되었으며, 제록스는 주당 22달러에 현금과 주식으로 지급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HP는 계속해서 제록스의 도전과 싸워 오면서 제안을 거절해 왔으며, 제록스는 자기보다 3배나 덩치가 큰 HP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왔다. HP는 제록스의 제안은 “HP를 아주 과소평가” 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해볼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지난 20년 HP 앞에 계속해서 적대자가 나타나 분쟁을 야기해온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M&A 전문가 및 애널리스트는 복사기 업계 개척자와 손을 잡는 것이 HP에게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에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칸은 현재 제록스의 지분을 거의 11% 소유하고 있으며, 그의 회사 아이칸 캐피털은 이사회에 3명의 이사를 진출시켰다. 몇 년 전, 아이칸은 제록스와 싸움을 벌여, 결국 2016년 사업을 두 부문으로 나눴다. 하나는 복사 및 인쇄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서비스 부문으로, 이를 통해 2015년 HP에서 분사되었지만 여전히 자회사인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 Co.)와 비슷해졌다.
다소 드문 경우지만, 양사는 거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HP는 11월 24일 서한에서, 지난 8월과 9월 제록스와 모일을 가진 사실을 인정했지만, 제록스가 사업에 대한 HP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P의 CEO 로레스(Enrique Lores)와 회장 버그(Chip Bergh)는 “제록스는 답변 없이 모임에서 나갔고,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대신 적대적인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HP와 제록스 관계자들은 공개 보고서와 서한 이외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뉴욕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 Advisors)의 합병 및 인수 책임자 릿치(Devon Ritch)는 “양사 모두 행동주의 작전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양사 모두 어느 정도 명성이 줄어들었다. 과거에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누가 누가를 인수하고, 누가 주인이 될지 점점 흥미로워지는 순간이다.”라고 말한다.
HP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제록스가 제안한 거래가 2001년 썬 마이크로 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창업자 맥닐리(Scott McNealy)는 휴렛-패커드의 컴팩 인수를 두고 한 농담처럼 또 하나의 “쓰레기차 두 대의 충돌”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양사가 둔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하나의 대형 인쇄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불가결의 조치로 만들지 결정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제록스나 아이칸이 HP 이사회의 이사들에게 가능하면 4월까지 주주총회를 개회해 주주 투표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릿치는 “제록스의 제안을 지지하기 위해 대체 이사회를 꾸릴 것 같은 느낌이다.”라면서, 12월 초 규제 기관에 제출된 제록스의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는, 하드웨어 산업의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부담되긴 하지만, 합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담겨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프레젠테이션에는 지난 11월 제록스의 사업 및 실사 논의 부족에 대한 HP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정을 검증하기 위한 3주간의 상호 실사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 다리아나니(Amit Daryanani)는 “아이칸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대체 이사 후보 마감 기한은 통상 4월에 열리는 HP의 주주총회 전인 1월 24일이다.
아이칸도 HP의 지분 약 4.3%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와 제록스가 다른 HP 투자자들에게 대체 이사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와 HP가 제록스에 인수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큰 의문이다. 표면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인쇄 산업에 속한 두 기업을 240억 달러로 추정되는 막대한 부채, 비용 절감 및 서비스 부채를 사용해 합병시킨다는 것은 기적을 만들어내라는 것같이 들린다.
또 다른 가능한 구조조정 과정은 HP가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것과 아주 비슷하게 들린다. 이 기간 동안 전 CEO 휘트먼(Meg Whitman)이 회사를 둘로 나누면서 행한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 과정에서 살아남은 직원들은 지쳤으며, 또 다른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해 HP는 제록스가 최근 서한에서 비웃었던 10억 달러 상당의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록스 역시 합병에 성공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제록스의 CEO 비센틴(John Visentin)은 11월 말 HP에 보낸 서한에서 “귀사에서 발표한 2019년 10월 3일 자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된 비용 절감 계획(3년 동안 10억 달러의 구조조정 비용으로 단 10억 달러를 절감한다는)으로는 귀사가 이전에 합의한 20억 달러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실현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라면서, 양사가 합병한다면 이전의 협상 내용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아이칸은 지난달 초 HP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HP의 많은 구조조정 계획이 효과가 없었으며, 스스로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스트리트의 묘지로 가는 길은 코닥(Eastman Kodak) 같은 기업들의 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코닥은 돼도 안 되는 계획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고, 변혁의 기회가 있었을 때 결정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HP가 분할 이후 취한 금융 공학적 조치는, 특히 분리된 휴렛-패커드와 비교할 때, 예상보다 뛰어났으며, 인쇄 자산을 더 많이 줄일 필요성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반면 제록스는 투자자들에게 지난 18개월 동안 자체적인 구조조정으로 이미 약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HP에서 진행되는 계획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록스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양사가 합병하면 더 수익성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에게 더 강력한 제품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부채를 상환하고, 주주 수익률과 혁신을 위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HP의 투자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싸움에 질려있을 수 있다. 2002년 공동 설립자 휴렛(Bill Hewlett)과 페커드(David Packard)의 아들들이 컴팩의 제안에 반대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위임장 싸움을 통해 더 큰 휴렛-패커드가 회사를 바꾸게 될지를 결정해야만 했고, 피오리나(Carly Fiorina)의 주도 하에 최종 투표에서 승리했다. 그 이후로 HP는 구조조정을 거듭했고, 마침내 두 회사로 분리되면서 더 민첩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인수 합병 전문가 울프(Martin Wolf)는 처음 인수 제안 소식이 나온 후 제록스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이 보장되면서, “어떤 종류의 조합이든 그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라고 말한다. 지난 11월 초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뉴스가 나온 이후, HP의 주가는 약 9.25% 상승했다.
울프는 “어느 쪽이 주인이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라면서, 현재 주가에서 HP의 투자자들이 합병된 회사의 지분 48%를 보유하게 될 테지만, 만일 제록스 제안 금액을 높이게 되면 지배 지분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에는 베팅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과거 기록을 볼 때 위임장 싸움에서 아이칸에 반대로 베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HP의 투자자들이 현재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면, 제록스와 아이칸에게 지금의 시도를 멈추고 꺼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더 큰 문제는 궁극적으로 누가 누구를 인수할 것이며, 누가 주인이 되느냐 일 수 있다.
자료 출처: Market Watch, “Opinion: HP investors should be girding for a proxy battle with Xerox, Carl Ic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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