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vs. 사우디아라비아, 아직도 진행 중인 50년 경쟁 관계

복수는 냉정하게 하는 게 제맛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러시아 정부의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요청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유 수요 침체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OPEC와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공급이 과잉되어 있는 상황에서, OPEC의 기술 전문가들은 일간 60만 배럴을 감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약 6개월 동안 일간 약 40만 배럴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내부 분석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러시아에게는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소련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간 약 1,250만 배럴에 도달했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러시아 정도의 유휴 생산 능력을 갖춘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걸프만 국가들뿐이었다. 이 지역의 일간 50만 배럴은 스윙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역사적 균형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원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원유는 역할은 평가 절하되었다. 1970년대 들어 소련의 산업 및 농업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나라를 지탱해 준 것이 원유 호황이었다. 1973년과 1979년의 원유 위기의 결과로 유가가 급등했고, 소련은 시베리아에 방대한 원유 매장량을 열었다. 그 수입으로 급증하는 도시 인구에 공급하기 위해 곡물을 수입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러시아의 수입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 덕분이었다. 유가 상승과 걸프만 이외 지역 산유국들의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부유한 원유 수입국들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균형을 바로잡고, 유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0년대 초까지 원유 생산을 거의 3분의 2나 줄였기 때문이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후의 결과는 소련에게는 재앙이었다.

경제학자이자 정치가로서 1990년대 초반 소련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도했던 가이다르(Yegor Gaidar)에 따르면, “소련 붕괴의 단초는 1985년 9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장관 야마니(Sheikh Ahmad Zaki Yamani)는 유가 부양 정책을 포기하고, 대신 원유 생산을 원래대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다시 시장에 원유가 넘쳐나게 된 것이다. 가장 저렴한 생산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동료 마르케스(Clara Ferreira Marques)가 최근 썼듯이, 생산 원가가 높은 소련에게는 치명타였다.”

이후 가이다르가 덧붙이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4배 증가한 반면, 유가는 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소련은 연간 약 200억 달러의 손실을 겪었고, 그 돈 없이는 나라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소련 수준이 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


이후 30년 동안 어떤 면에서 보면, 러시아 에너지 정책이 1985년 누렸던 위치로 서서히 돌아왔다. 2007년까지 빛을 보지 못했던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의 신규 독립 공화국의 유전지대가 다시 일간 1천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의 국내 경제가 훨씬 커졌지만, 원유 수출 물량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 물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생산 비용을 어느 정도 자랑할 수 있지만, 늘어난 지출 규모로 말미암아 유가가 배럴당 약 85달러는 돼야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 반면, 러시아의 경우는 약 50달러면 되는 상황이다. 두 나라 모두 부채 부담이 크진 않지만, IMF가 2024년까지 GDP의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채 부담이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크다. 1980년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식량 자급이 불가능하며, 8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소련에게 재앙이었던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에서 군사적 곤경에 처해있다.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따른 위험은 러시아보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더 크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가 결국 OPEC 회원들의 희망에 부응하여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실제로 OPEC+가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정기적으로 소음이 발생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배럴당 53.76달러인 우랄산 원유의 유가를 고려할 때, 러시아에게는 여전히 더 많은 경제적 쿠션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러면 양국 모두에게 문제는 더 깊어질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 좋지 않았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안, 미국이 양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게다가 원유 수요 자체도 빠르게 고원에 다다르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크게 변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십 년 묶은 경쟁 관계를 들먹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료 출처: Bloomberg, “A Five-Decade Rivalry Is Playing Out at O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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