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정보국(이하 EIA)이 최초로 2020년 월간 원유 전망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는 OPEC 산유국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2020년 4분기부터 미국은 원유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아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세계 원유 공급망에서 독립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과 중남미에서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원유 정제 제품을 수입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 원유 생산을 통한 원유 부문의 변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OPEC 산유국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 원유 부문의 변혁은 OPEC+ 산유국에게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세계 원유 재고 급증을 피하고 싶다면,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감산 조치를 연장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IA에서는 2020년 12월이 되면 미국이 원유 및 원유 제품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일간 120만 배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은 일간 940만 배럴을 더 수입하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일간 100만 배럴 이상 순 흐름이 바뀌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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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11월 한 주 동안 수출량이 수입량을 넘어서면서, 짧았지만 순 수출국이었던 적이 있었다. 2019년에도 이런 상황이 간간이 벌어지겠지만, 연말이 되면 일반적인 상황으로 국면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새로운 위상을 향한 미국의 행진은 2014년 유가 폭락으로 사실상 중단되었다가, 셰일 원유 생산 비용 절감과 OPEC의 감산 조치로 유가가 재정균형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상승한 2017년 다시 재개되었다.
셰일 원유에 힘입은 미국 원유 생산 급증은 국가 자체의 전망도 바꿔 놓았다. 2년 전 EIA가 처음으로 2018년 전망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연말 미국의 원유 예상 생산량 일간 944만 배럴이었다. 하지만 12월 실제 생산량 수치는 놀랍게도 1,180만 배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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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전망에서는 2019년에는 전반적으로 둔화세를 보이다가, 2020년 하반기 퍼미언 분지에서 멕시코만 연안까지 송유관이 완공되어 원유 운송이 시작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018년 여름에도 이와 비슷한 증가가 예상됐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EIA의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은 계속 보수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그만큼 수출량도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는 원유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정제된 제품도 포함된다. 2020년이 되면 미국의 원유 순 수출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순 수출국이 되는 날도 더 앞당겨질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원유 5배럴 당 1배럴을 소비하고 있는 압도적으로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이다. EIA의 전망이 맞는다면, 곧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설 날도 머지않았다. OPEC 산유국 이외에 일간 100만 배럴 이상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은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및 카타르 5개국뿐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에너지 독립국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계속 거대한 정유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유 수입국이 되어야 한다.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한 정유업체들이 최선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중동, 캐나다 및 카리브해 인근에서 생산되는 고유황 중질유가 계속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 정유업체의 잉여 제품을 수출할 해외 시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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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수출 증가는 OPEC+ 국가들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테고, 감산 연장을 강제할 수도 있다. 감산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본 합의 내용은 2017년 중반까지가 시한이었다. 하지만 이제 2019년 중반까지로 연장되었고, 추가 연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 출처: Bloomberg, “How OPEC Is Helping U.S. Oil Reach a Tipping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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