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돈은 맛있다. 정말이다. 컵라면이 대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끄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빨리 조리할 수 있고, 맛도 있으려니와 싸게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컵라면이 감옥에서 아주 인기가 높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교정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도소 내 매점에서 제일 많이 팔린 제품은 쌀, 면도기 및 커피 등이 아니라 컵라면이었다. 컵라면은 미국 재소자들 사이에서 현금처럼 통용되고 있다. 라면은 철창 안에서 옷이나 마약을 사는데, 심지어 특별한 부탁을 하는 대가로 지불될 정도로 큰 힘을 갖고 있다.

재소자들은 현금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물건으로 다른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한다. 물건이 돈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돈이란 지니기 쉽고, 내구성이 강하며, 표준화된 단위로 나눌 수 있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 고액권 우표와 대부분의 교도소에서 금지된 담배와 마찬가지로, 컵라면 역시 이런 요건에 부합된다. 라면은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

교도소 내 매점에서 컵라면 한 개 값은 평균 대략 0.59센트다. 하지만 일단 컵라면이 매점에서 밖으로 나오고 나면, 비공식적인 교도소 경제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이것이 바로 재소자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하려고 컵라면을 쌓아두는 이유다. 컵라면 한 개가 2달러나 3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 최근 퀄리테이티브 소셜로지(Qualitative Sociology)에 실린 최근 연구 “라면의 정치학”에서 저자 마이클 깁슨-라이트는 교도소 매점에서 10달러 하는 스웨터가 컵라면 두 개와 교환된 적이 있다고 한다. 라면의 가치가 917%나 폭등한 것이다.




교도소 재소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것은 먹을거리가 대부분이다. 구매 물품의 75%를 차지할 때도 있다. 재소자들은 컵라면을 현금처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먹기도 한다. 문제는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있다. 일반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의 양은 평균 8세 아동의 배를 채울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게 음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라면이 보충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7년 12월 앨버커키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철창 안의 230만 명의 재소자를 먹이기 위해 연간 800억 달러가 든다.”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함에서 주와 연방 정부가 가장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식자재비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일부 재소자들은 한 끼당 1.77달러 수준의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일부 교소도에서는 이 비용을 0.56달러까지 줄인 곳도 있다.

음식 비용을 낮게 유지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600개가 넘는 교정 시설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민간 기업 아라마크는 적은 음식량에다가 더해 상한 음식을 제공해 왔다고 비난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2017년 1월 PBS는 “식품 대기업 아라마크에 대항해 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재소자들”이란 보도로 이 문제를 다뤘다. 일례로 오하이오 교도소 주방에서는 구더기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러한 문제는 재소자들의 영양뿐 아니라 안전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과 시위로 이어졌다. ​

이러한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라면이 실제 교도소 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안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재소자들이 모두 앉아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야만, 통제되고 있는 기분과 더불어 약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교도소에서 물물 교환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교도소의 급식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음식이 기본적인 필수 요소이며, 컵라면이 기본적인 해법이 때문에라도 컵라면이 교도소 경제에서 최고 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돈이 맛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료 출처: Aalok Rathod, “How does the Cash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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