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선주들, 빈 탱크로 운항하는데 익숙해져야

왜 초대형 유조선들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고 있을까? 미국 셰일 원유 붐의 다양한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원유는 언제나 전 세계 대양을 왔다 갔다 했다. 현재 항해 중인 750여 척의 초대형 유조선의 일반적인 항해 경로 중 하나는 중동산 원유를 대서양을 건너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회사들로 운송한 다음,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이나 인도에 내려놓은 후 다시 페르시아 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유조선은 원유를 운송해야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선주들 입장에선 대양 양방향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치솟는 미국 내 원유 생산량, OPEC의 감산 조치 및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세계 원유 무역 관행을 바꿔놓고 있다.

이로 인해 양방향 모두 운반할 원유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미국 사이 약 33,800킬로미터 거리를 빈 탱크로 운행하는 초대형 유조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단지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마도 유조선들이 양방향으로 원유를 운송하던 영광의 시대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사우디가 감산 조치를 취소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없다.

미국산 원유의 호황기는 2015년 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40년간 이어져온 원유 수출 금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주행하지 않았던 정책 중 하나)를 해제하면서 시작되어, 이후 사상 최대인 하루 360만 배럴까지 수출 물결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제외한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의 1월 평균 수출 규모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1년 반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일간 3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리브해에서 나오는 원유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전통적으로 멕시코만 해안 정유회사들로 향하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이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원유 운송에는 배가 필요하다.

당초,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는 선주들에게 호재였다. 과거 미국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중동으로 향하는 항해를 빈 탱크로 나서야 했던 것에서 이제 미국산 원유를 싣고 떠날 수 있으므로 짭짤한 수익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양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운송되는 원유의 양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처음 타격을 입은 것은 나이지리아산 (상당 부분 저분자 탄화수소가 함유되어 가솔린 같은 제품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경질 저유황 원유였다. 미국 정유회사들은 이 물량을 미국산 경질 셰일 원유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는 전통적으로 중동에서 수입해 온 중질의 고유황 원유를 대체할 만한 유전이 적다. 하지만 캐나다로부터의 수입 증가와 미국 정유회사들이 미국산 경질 저유황 원유의 정제를 늘리면서, 원유 무역에 방해가 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해 지난달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OPEC의 감산 조치가 추가로 타격을 입혔다.

미국 시장용 원유 감산에 집중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정은 페르시아 만의 대미 원유 수출 물량 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서 매주 발표하는 데이터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 감소가 중국과 인도로의 수출 물량 감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페르시아 만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원유 물량이 2017년 초반 대비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블룸버그의 유조선 추적 결과에 따르면, 미국으로 정기적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사우디, 이라크, 미국 및 쿠웨이트의 총 수출 물량은 지난달 일간 900,000만 배럴 이하로 줄어들었다. 감산이 시작된 시점보다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서부 아프리카의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의 수출 하락을 더하면, 대서양을 횡단하는 원유 물량은 2013년 이후 거의 70%나 줄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OPEC의 반대 방향 운송은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유조선이 빈 탱크로 운항하는 지금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선주들은 비록 빈 탱크로 운항하는 경우가 많아지더라도 OPEC산 원유 수출 물량 감소분이 미국의 충분한 수출 확대로 상쇄되길 희망하고 있다.

자료 출처: Bloomberg, “Get Used to Oil Tankers Hauling Seawater to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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