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은 거의 한 달 전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을 전부 팔았다. 일생일대의 투자 실수라고 생각했던 것이 1년 만에 세후 47%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당초에 닉이 비트코인에 소액 투자했던 이유는 미국 달러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방어해두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중앙은행은 너무 많은 돈을 찍어냈고, 앞으로 붕괴가 일어나면 비트코인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이 생각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역사로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붕괴한다고 해도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지는 않을뿐더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가치 상승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에 비트코인이 1백만 달러까지 상승한다 하더라도, 오늘날의 가치로 1백만 달러 상당의 상품/서비스(가치)를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구매력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기록을 살펴보면, 다른 통화에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구매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경우,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이퍼인플레이션 이전의 통화로) 부채를 갚거나, 주식/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이퍼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상환해야 할 부채 금액은 (통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 기준으로 0으로 수렴하는 반면, 인플레이션에 발맞춰 주식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주식이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했으며, 20세기 초 독일의 마르크화가 붕괴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Taylor)는 “The Downfall of Money: Germany’s Hyperinflation and the Destruction of the Middle Class”에서 이렇게 썼다.
그렇다면 독일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채권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반면에 채무자들은 모두 인플레이션 당시 부채를 청산했다… 채권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주가 상승을 누렸고, 대부분 훌륭한 수익률을 올렸다.
증권 거래소는 사라지기 전까지 부를 일굴 수 있는 투자 수단이 되었다… 1919년에서 1922년 사이 대부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하고 성장하는 한, 시장은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재조정해 나갔다.
다음 차트에서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독일 주식 시장의 가치(마르크와 USD)를 볼 수 있다.
이 차트는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주식이 구매력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일부 발 빠른 독일 투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면, 훨씬 더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애덤 퍼거슨은(Adam Fergusson)은 “When Money Dies(번역서: 돈의 대폭락)”에서 이렇게 썼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떻게 수익을 올렸느냐면, 마르크를 빌려 제품과 공장에 투자한 다음, 가치가 더 떨어진 돈으로 되갚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미국 달러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라면, (달러로)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빌려,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예를 들어, 주식/기업, 부동산 등)을 사야 한다.
물론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이번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해도 양상은 다를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금 같은 대체 통화가 주식보다 장기적인 보호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증거는 여전히 혼합되어 있다. 지난 40년 동안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그리 큰 헤지 수단이 아니었다(금의 연간 수익률은 x축, y 축은 연간 인플레이션).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금이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비 한 헤지 수단으로서 말고도,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할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이 반드시 가치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노아 스미스(Noah Smith)는 최근 그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NASA가 금으로 된 행성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금을 채굴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정한다. 현재 금의 시장 가격으로 볼 때,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총 930억 달러를 가지게 된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구매력을 크게 향상되지는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금을 나눠주면, 반지나 목걸이로 만들어 아름답게 치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금의 시장 가격은 실질적으로 쓸모없는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거대한 황금 소행성이 세상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부란 큼 금속 덩어리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란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물건을 창조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인간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산이다. 달러에서 마르크로, 비트코인으로, 금으로 잣대를 바꿀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기업의 기본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상황이 바뀌면, 가치에 대한 평가도 바뀌기 마련이다.
소중한 것은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삶이 안전할 때라야만, 사회가 귀중품의 가치를 인정한다. 귀중품은 없어도 삶을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삶을 훨씬 즐겁게 해준다. 삶이 안전하지 않거나, 상황이 가혹해지면, 가치는 변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누군가에게는 감자 1킬로그램이 은 식기보다 더 가치 있게 되고, 돼지고기 한 덩이가 그랜드 피아노보다 귀중하게 되며, 옷 한 벌이 민주주의 보다 더 중요하게 되고, 한 끼 식사가 자유보다 더 필요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에도 끄떡없는 유일한 자산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도 사람들은 가치가 있는 물품만을 돈을 주고 구입할 것이다.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에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 탈출했던 유대인들은 이 점을 진실하게 깨달았다.
물론 유대인들이 자신의 사업체와 집을 팔려고 했을 때, 가격은 사는 사람들의 뜻대로 매겨졌고, 그들은 실제 가치의 절반밖에 받을 수 없었다. 그 돈이라도 받아야 했고, 사실상 빈털터리 난민으로 독일을 탈출했지만, 여전히 귀중한 자산인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돈의 가치가 대폭락하면, 가장 중요한 자산은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자료 출처: Of Dollar and Data, “When Money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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