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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대표하는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줄만큼 소매업계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이 크래프트 하인즈의 문제를 설명한 대목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달 이 기업은 주고 크래프트와 오스카 메이어 브랜드와 관련해 154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겪으면서 엄청난 순손실을 보고했다. 그 이후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가는 거의 34%나 하락해 거의 사상 최저치 부근에서 거래되었다.
그렇다면 버핏의 투자는 실수였을까? 버핏은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가 크래프트에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하인즈가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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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식 3억 2,560만 주, 지분으로 거의 27%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으로 이 지분 가치는 140억 달러가 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104억 달러로 줄었다. 버핏은 최근 버크셔 주주 서한에서 크래프 하인즈의 투자 원금은 98억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처음은 원래 비상장 합자회사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크래프트에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한 상황에서는 뭔가 조치를 취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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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 하인즈 앞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럿 놓여있다. 그중에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자체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고, 기존 대표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이전만큼 못한 것이 들어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포장 식료품 포트폴리오에는 케첩과 포장 마카로니 및 치즈 이외에도 런쳐블스,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쿨-에이드, 카프리 선, 젤로 및 맥스웰 하우스 커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재 시장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더 건강하고, 덜 가공된 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버핏이 말한 것처럼, 대형 할인점들이 자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소매업체와 브랜드는 항상 투쟁 관계였습니다. 브랜드 영향력 약하면 월마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정 들어가고 싶다면 협상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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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2009년 당시 코스트코와 코카콜라 사이에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자, 코스트코가 매장 진열대에 코카콜라를 진열하기 않으려고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코스트코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는 엄청나고, 현재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의 연매출은 390억 달러나 됩니다. 그리고 1992년 처음 선보인 후 다양한 제품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다시 코카콜라를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만일 로열 크라운 콜라였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소매업체와 브랜드 간에는 투쟁 관계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소매업계는 자신만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특히 아마존의 혁명 때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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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이를 “새로운 소매 환경”으로 규정하면서, 이제 브랜드 충성도 측면에서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광고 방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밤이 낮으로 바뀌었다기 보다, 약간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수십억 달러를 들어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를 TV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에 광고로 내보낼 것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잭 베니 같은 방송을 보면 언제나 캠벨 수프 광고가 나왔습니다. 아주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표 브랜드로 자랐습니다. 사람들은 확실히 그 제품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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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브랜드 변화에 더 익숙해진 오늘과는 아주 다른 세상이었다고 설명한다.밤이 낮이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자주 변화할 가능성은 아주 낮았습니다. 하지만 질레트가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남성들은 새로운 시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쪽에서는 여성들이 앞서가죠.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스포츠 행사마다 질레트의 대대적인 광고(Gillette Cavalcade of Sports)는 일상이었고, 로즈볼이나 월드 시리즈 등의 스포츠 축제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남성들이 여생을 질레트 면도기로 면도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질레트 면도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년 전 우리가 크래프트를 인수할 당시와는 달리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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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크래프트 하인즈 투자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핏의 친구 호르헤 파울로 레만과 알렉스 베링 및 버나드 히스가 운영하던 3G 캐피털은 버핏에게 버크셔와 공동으로 하인즈의 지배 지분을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버핏은 2013년 주주 서한에서 이렇게 밝혔다.그 과정에서 우리는 9%의 배당금과 연간 수익률을 12% 이상까지 높인다는 특약으로 80억 달러 상당의 하인즈의 우선주를 인수했습니다. 또한 버크셔와 3G는 각각 하인즈의 보통주 절반을 42.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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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당시 거래가 사모펀드 거래와 비슷했지만, 버크셔가 “하인즈의 주식을 팔 생각은 절대 없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렇게 썼다오히려 우리가 원했던 것은 하인즈의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것이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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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하인즈는 크래프트와 합병했다. 이 거래 이전에 버크셔는 42.5억 달러 상당의 하인즈의 지분 약 53%를 소유 중이었다. 합병 후 버크셔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식 3억 2,540만 주, 약 98억 달러 상당을 보유하게 되었다. 버핏은 2015년 주주 서한에서 이렇게 밝혔다.이 새 회사는 연간 2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하인즈에서는 케첩과 머스터드를 크래프트에서는 오스카 메이어의 핫도그를 살 수 있습니다. 이제 코카콜라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식사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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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Yahoo Finance, “Warren Buffett: We paid too much for Kraft, not Hei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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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매출 증가율이 미국 유명 브랜드의 4배 가까이 달했는데, 이는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PB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끌어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식품, 음료, 화장품 등 소비재의 PB 제품 매출은 4.3% 늘어난 반면, 상위 20개 제조업체 브랜드의 매출은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PB 제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금까지 굳건했던 기존 브랜드들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워런 버핏이 투자한 HP 소스와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를 생산하는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2월 150억 달러의 평가손실을 냈다. 이는 가장 유명한 제품들에도 우울한 전망이 드리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버즈아이’와 ‘핀더스’를 생산하는 미국 식품회사 노매드 푸드의 CEO 스테판 데쉬메커는 “뛰어난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 제품을 살 필요가 있나?’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 때가 온다.”라고 말한다.
최근 몇 주 동안에 걸쳐 진행된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에서는 우유에서 속옷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PB 제품 출시 현황을 자세히 밝혔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는 지난해 1,022가지의 PB 제품을 내놨다. 회사 전체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PB 부문은 호조를 보였다. 립밤에서 팝콘에 이르는 PB ‘심플 트루스’의 지난 매출은 전년도 대비 15% 늘었다.
크로거의 회장 겸 CEO 로드니 맥뮬런은 “PB 제품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하고 간단하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이익을 더 남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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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의 회장 겸 CEO 브라이언 코넬 역시 PB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그는 “회사의 PB 담당 팀이 일반적으로 3~4년 걸릴 일을 약 1년 반 만에 마쳤다.”라고 강조한다. 타깃은 ‘아처 팜즈’와 ‘스마트리’, ‘오팔하우스’ 등의 PB 제품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소매업계에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는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18년 매출은 5% 증가해,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코넬은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주요 요인은 PB 제품 덕이다. 지금까지 PB 제품을 적극 늘려왔지만 수개월 후에는 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라고 말한다.
크래프트 하인즈와 캠벨 수프, 제너럴 밀스 같은 전통 브랜드들의 가장 큰 걱정은 소매업체들의 PB 제품 확대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앞으로 PB 제품이 더욱 확대될 여지가 충분히 많다는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 PB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유럽만큼 소비자들 사이에 깊이 침투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티슈 분야의 PB 제품 점유율은 미국이 27%인 반면, 유럽의 경우 55%에 이른다. 유로모니터의 애널리스트 밥 호일러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것과 일부 연관이 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가정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절약하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불황기에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없다. TV 등의 매스 미디어는 영향력을 잃었고, 기존의 마케팅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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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PB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월마트는 최근 1년간 ‘와인 메이커즈 셀렉션’과 ‘올즈웰’ 등을 라인업을 추가했다. 월마트의 CFO 브렛 빅스는 3월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에서 PB 제품 확산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PB 제품은 우리 세대보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더 높다.”라고 지적했다.
PB 제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소매업체로는 코스트코도 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는 땅콩버터에서 반려동물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버핏은 1992년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커클랜드 브랜드의 2018년 매출은 약 390억 달러에 달해, 크래프트 하인즈의 모든 브랜드의 총매출을 웃돌았다.
유럽에 소매 혁명을 일으킨 독일 할인점 ‘아르디’와 ‘리들’도 미국의 기성 브랜드에게는 위험한 존재다.
미국의 아마존도 있다. 버핏은 아마존을 “큰 위협”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마존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미국 TJI 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이 취급하는 PB 제품은 2017년 말 86가지에서 현재는 137가지로 품목이 증가했다. 그중에는 2017년 인수한 홀푸드마켓에서 판매되는 PB 제품도 포함된다.
아마존의 PB 브랜드 ‘아마존 베이직’은 요가 매트에서 가방, 엔진 오일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유아 기저귀 ‘마마 베어’나 가구 브랜드 ‘리벳’, 반려동물 사료 ‘웩’도 있다.
저렴한 PB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소비재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할 만한 여력을 잃고 있다. 제품 원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된다. 크로거의 CEO 맥뮬런은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면, 결국은 우리 자체 브랜드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대형 브랜드 기업들이 소매업체의 PB 제품에 더 이상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자사 제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컨설팅 기업 AT 카니의 선임 파트너 그렉 포텔은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와 제품에 더 다가갈 이유를 주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더 건강한 음식과 음료를 출시해 왔고, 그 나름의 틈새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버핏과 함께 이 회사를 관리하는 브라질 투자 회사 3G 캐피털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다는 오명을 떨쳐버리려 노력하고 있다.
노마드의 데쉬매커는 3G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비용 절감은 좋지만, 핵심은 절감한 돈으로 무얼 하느냐다. 그 돈을 브랜드에 재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최종 결산 결과에 기록만 해둘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를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브랜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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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Financial Times, “US retailers trump Warren Buffett with push into own br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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