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거의 언제나 미국 내 시가총액 3대장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및 아마존 같은 대기업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위기가 닥치면 이들의 주식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미래 성공을 보장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주에 발표될 이들 세 기업의 1분기 실적 기대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최근 시장 저점 이후 7,5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S&P 500 하위 절반에 해당하는 주식 전부의 시가총액 증가 액수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투자자들이 이미 커지고 있던 이들 기업의 지배력이 코로나19 위기로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대학 토머스 필립폰 교수는 “위기가 발생하면서 이미 승자였던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탄력적인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모든 사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고, 게다가 계속해서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및 애플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에서 이익을 얻는 것 외에도, 산더미 같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겪고 있는 자금 압박에서도 아주 자유로운 상황이다.
UBS 주식 파생상품 리서치 팀장 스튜어트 카이저는 “투자자들이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안정적인 대차대조표를 갖춘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살펴본 책 “The Great Reversal”을 출간한 필립폰도 지금 같은 깊이의 경기 침체에서는 그러한 대기업들이 훨씬 더 지배력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파산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에게는 훨씬 더 나쁜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차이는 극명하다. 미국 최대 기술 기업의 집합체이자 시가총액 면에서도 가장 큰 기업들이 모인 나스닥 100지수는 연초 대비 단 0.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을 추종하는 러셀 2000 지수는 같은 기간 22% 하락했고, 11% 하락한 S&P 500 보다 하락폭이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들의 호황이 가속화된 탓이다.
골드만삭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달 S&P 500에서 시가총액 상위 10대 주식의 비중이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1990년대 후반 기술주 열풍 당시 기록했던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및 페이스북 등 상위 5개 기업의 비중만 해도 20%에 이른다.
지난 화요일 장마감 무렵, 알파벳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주식이 3월 23일 저점 이후 이후 20% 이상 상승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17% 상승했다.
이러한 규모로 인해 이들 주식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커졌다. 화요일 S&P 500지수 중 330개 주식이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이들 5개 주식 모두가 하락함에서 따라, 지수는 0.5% 하락을 장을 마쳤다.
최근 몇 주 동안 상위 주식들에 대한 시가총액 쏠림 현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장기 추세이며, 미국의 재계 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은행과 항공사 등 일부 산업의 통폐합이 증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함에 따라, 전체 기업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지고 있다. 1975년 미국 내 100대 상장 기업이 전체 기업 수익에서 약 49%를 차지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캐슬린 칼 교수와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레네 M. 스툴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84%로 증가했다고 한다.
현재 초대형주의 주가 상승은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의 경기 침체가 지나면 이들 기업의 비중은 더 커지고, 반면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러셀 2000에 포함된 중소기업들은 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또한 국제적으로 사업 다각화도 덜 되어있기 때문에,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내의 경제 성과에 대한 의존도도 크다.
동시에 아주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위기라는 독특한 상황이 이미 미국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대기업들에게 사업상 더 큰 힘을 주고 있다.
온라인 소매 판매와 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결합한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재택근무 경제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애플이 판매하는 기기는 모바일 컴퓨팅의 중요한 부분이며, 아이폰 판매량 둔화로 인해 애플의 매장 매출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이 되면 수요가 강력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패키지,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비디오 게임 모두 재택근무 환경에서 더 강력해질 수 있다.
투자 회사 스피어스 애너커스에서 젭 브리스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브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다른 어떤 대형 기술 기업들도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재정 안정성으로 인해 경기 침체 동안에도 감원을 피하고, 제품 개발과 연구에 계속 투자함으로써, 경쟁에서 더 앞서 나갈 것이라는데 베팅 하고 싶다고 말한다.
“2008년과 2009년에 우리는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 치고 나갔고, 실제로 경쟁 회사들보다 성장을 가속화하던 모습을 경험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자료 출처: The New York Times, “Investors Bet Giant Companies Will Dominate After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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