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부가치는 점점 의미를 잃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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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문제

베이비붐 세대라면 어린 시절 모든 맥도널드 매장 입구에 세워진 노란색 아치형 간판, 그리고 아래를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그때가 그리울지 모른다. 어른이 돼가면서도 맥도널드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증가했다. 1969년에는 50억, 1979년에는 300억 그리고 1990년에는 800억이었다. ​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기록해 온 제리 스타인필드는 이렇게 묻는다. “왜 맥도널드는 아직도 그 숫자를 세고 있을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셀 필요가 있을까?” 그냥 간판을 내걸고 “우린 아주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면 안 될까?

숫자 계산은 중단됐다. 이제 맥도널드의 간판만이 “수백억 명이 찾고 있다.”라고 말해준다. 이것이 애매해 보인다면, 기업의 회계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맥도널드를 비롯해 포함한 많은 미국 대기업들이 장부 가치(기업이 보유한 순 자산의 척도) 감소를 보고한다. ​

그리고 더 많은 기업들이 시장 가치(주가) 대비 장부 가치가 낮다. 따라서 주가 장부가치 배수(PBR) 기준으로 주가가 싸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디지털 시대 많은 기업의 자산을 평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이제 주식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PBR 배수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투자자는 주식의 가격과 가치를 구분한다. 가격은 본래 변덕스럽고, 탐욕과 공포의 결과물이다. 반대로 가치는 기업의 역량에 관한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척도가 있지만, 진정한 “가치” 투자자들은 PBR 배수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러셀 가치 지수 같은 벤치마크에 가치주를 편입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PBR 배수가 낮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승리 전략임을 수많은 연구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0년 기간 대부분에서 동안 가치주는 일반 시장에 뒤처졌고, 반대편에 서 있는 성장주보다는 훨씬 더 뒤처졌다. 아마도 산업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

반면 유형자산은 가치를 평가하기 쉽다. 공장, 기계, 토지 및 업무용 건물은 오랜 기간 이익을 창출해 주기 때문에 기업의 장부에 자본 자산으로 계산된다. 기업의 유형자산을 가치로 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돈을 주고 샀기 때문이다. 이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부서지고 노화되는 점이 반영돼 점진적으로 줄어든다(감가상각).

일반적으로 이러한 고정 자본 자산은, 현금성 자산(현금, 상품 재고 등)과 함께, 장부 가치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문제는 그것이 떠나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기업의 가치는 유형자산만큼이나, 평판, 공정, 직원의 노하우 및 고객과 납품업체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이러한 무형자산에 회계적 가치를 부여하기란 악명 높을 정도로 까다롭다. ​

무형자산은 특성상 경계를 정하기가 불분명하다. 기업이 R&D나 광고에 지출한 비용 전부가 브랜드나 특허 같은 자산의 가치 증가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용 중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 부분이 임대료나 전기세처럼 운영비로 취급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격과 장부가치 사이에는 점차 괴리가 생긴다. S&P 500 주식들의 PER 배수 중간값은 3.0이다. 하지만 훌륭한 브랜드나 특허권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많은 유명 기업들은 PER 배수가 훨씬 높거나,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다(아래 차트 참조). 맥도널드의 경우,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은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부동산 자산은 완전히 감가 상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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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합병의 효과는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3,000만 달러 상당의 유형자산을 보유한 다른 기업을 1억 달러에 인수한다면, 나머지 7,000만 달러는 브랜드 가치나 “영업권” 같은 무형자산에 지불한 것으로 간주된다. ​

GMO의 사이먼 해리스는 합병으로 브랜드를 인수한 기업은 이를 장부 가치에 반영하려 할 것인데 반해,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개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자사주 매입 문제도 있다. PBR이 1배 이상인 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장부가치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PBR 배수는 더 높아진다.

회계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상 비용을 자본 자산으로 전환하고 싶은 기업일수록, 회계 이익을 만지작거릴 여지가 커진다. 지출을 공개해 무형자산의 가치를 증가시키도록 유도하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

해리스는 전반적인 주식에서 R&D와 광고 비용을 반영해 장부가치를 조정하는 것이 서로를 비교하는 데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완벽한 잣대는 아니다. PBR 배수든 수십억 명의 고객을 거느리고 있든, 하나의 척도 만으로는 기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법이다.

자료 출처: Economist, “Why book value has lost its mea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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